"꿈꾸는 것(dream)과 희망하는 것(hope), 기대하는 것(expect)이 어떻게 다르냐고요? 꿈과 희망은 마음의 바람이 담겨 있다는 점에서비슷하지만, 기대는 노력과 실천이 필요합니다. 기대에는 실현 가능성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꿈'만 꾸지 않고 '기대'하기 위해서 우리는 머리를 맞대려고 합니다. 두통(Headache)에만 시달릴 게 아니라 'No more Headache'를 외치려고 합니다. 이제 조금씩 그 발자국을 떼어봅니다." - 3호 '독립, 언제 할 거야?' 편집장의 글 중

20대는 고민이 많다. 하고 싶은 것도 많고, 해야 할 일도 많다. 지금 가는 이 길이 옳은 길인지, 지금의 선택이 앞으로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진정한 나의 꿈은 무엇인지 등 20대 청년들의 머릿속엔 '물음'으로 가득하다. 듣기만 해도 머리가 지끈거리는 질문을 피하지 말고 함께 고민하며 정면으로 부딪쳐보자고 외치는 당찬 20대 청년들이 있다. 소량 인쇄하는 출판물 〈헤드에이크(Headache)〉를 만드는 20대 7명이 그 주인공이다. 이들은 4~5개월마다 발행하는 잡지를 통해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갈등하는 20대의 구구절절한 이야기를 전한다.

〈헤드에이크〉의 발행인 겸 편집장인 정지원 씨.

젊음의 거리, 홍대 앞 KT&G상상마당에서 〈헤드에이크〉의 발행인 겸 편집장인 정지원 씨를 만났다. 마침 이곳에서는 소규모 독립출판물을 소개하고 판매하는 전이 열리고 있었다. 300여 가지 독립출판물 사이에 〈헤드에이크〉도 당당하게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그는 자신들의 잡지를 “질문 잡지”라고 했다. 하나의 질문을 던져놓고 다양한 형태로 답을 얻어내는 것이 이 잡지의 특징이다.

“저희의 모토는 ‘삶의 골치 아픈 문제를 피하지 말고 질문을 던지자!’예요. 졸업 후 뭐할지, 독립은 언제 할지, 또 어떤 혁명을 꿈꾸는지 등. 복잡한 질문을 던지고 고민하게 하는 거죠.”

물론 정해진 답은 없다. 여럿이 함께 고민하고 답을 찾아가는 과정 자체에 의미를 둔다. 연세대학교에서 정치외교학을 전공한 그는 대학 2학년 때부터 졸업을 준비했다.

“어쩔 수 없이 가져야 하는 졸업장보다 좀더 근사한 졸업작품을 만들고 싶었어요.”

친한 친구 셋이 뭉쳐 잡지를 구상하기 시작한 것이 이즈음이다. 첫 작품이 나오기까지는 2년이나 걸렸다. 긴 진통 끝에 그가 졸업하던 2009년 11월 창간호인 ‘0호-졸업 후 뭐하세요?’가 탄생했다. 창간호는 아무것도 없는 상태의 ‘無’, 어떻게 성장할지 모르는 씨앗의 잠재성을 상징하기 위해 ‘0호’라 이름 붙였다. 졸업과 관련해 갓 취업전선에 뛰어든 친구들과 국가고시를 준비 중인 이들, 일찍이 자신의 꿈을 찾아 떠난 젊은 예술가들에게 이야기를 들었다.

“연령 구분 없이 청년 문제에 답해줄 수 있는 이들을 만났어요. 우리의 질문에 색다른 답을 줄 수 있는 이들을 발굴해내고 숨어 있는 예술가들을 만나러 다녔죠.”

이들은 젊은 층이 주로 활동하는 홍대 앞이나 신촌, 신사동 가로수길에서 불특정 다수에게 엽서를 주고 현재 머릿속을 가득 메운 고민을 적어내도록 하는 ‘질문아트 프로젝트’도 진행했다. 엽서에는 ‘조금만 더 용기를 가질 순 없을까?’ ‘전하지 못한 마음은 어디로 가는 것일까?’ 등 소소하지만 밤새 머리를 쥐어짜게 하는 20대의 고민이 그대로 담겨 있었다. 이렇게 모인 고민을 더하거나 빼지않고 그대로 잡지에 담았다.

창간호를 만든 이후에도 '고민'과 '질문'을 담아내는 다양한 시도가 계속됐다. 두 번째로 만든 '1호-당신이 일으키고 싶은 혁명'에서는 혁명 제안서를 받기도 했다. '게이에게 가족을 許하라' '싱글맘 아이에게 삼촌이 되어주자' '건강한 공동체를 위한 신촌 청년운동 제안' 등 다양한 사회문제를 기발하면서도 재치 있게 풀어냈다. 세 번째 만든 '2호-시간 있어요?'에서는 각기 다른 50명에게 하루 동안 무얼 했는지 시간 단위로 기록하게 하는 '24시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손 글씨로 깨알같이 써내려간 엽서와 개성
넘치는 그림, 자유분방한 사진이 지면을 가득 채웠다.

디자인에도 특별히 신경 썼다. 가로 15cm, 세로 25cm 크기의 여느 잡지보다 세로가 긴, 평범하지 않은 판형이어서 한 번 더 눈길이 간다. “일본의 대표적인 북 디자이너 스기우라 고헤이(杉浦康平)가 말한 황금 비율이에요. 그래서인지 책이 잘 나가요(웃음).” 이것이 통한 것일까. 1000부를 인쇄한 창간호는 거의 다 팔렸다. 지난 1월 3호까지 나왔는데 그사이 고정 독자도 생기고 잡지를 찾는 이들이 꾸준히 늘고 있다.

〈헤드에이크〉는 소규모 출판물을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서점에서 만날 수 있다. 홍대 앞 ‘유어마인드’나 상수동의 ‘더 북 소사이어티’, 헌책방으로 유명한 종로의 ‘가가린’이 대표적인 판매처다. KT&G상상마당이나 일부 미술관에서도 판매한다. 정식으로 출판물 등록까지 마치고 나서는 더 많은 이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욕심에 대형 서점의 문도 두드렸다.

“책을 들고 교보문고를 찾아갔어요. 담당자를 만나 우리 잡지에 대해 설명했더니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어요. 좋은 조건으로 계약을 받아냈어요.”

담당자는 “20대 패기” 운운하며 인생 상담까지 해주더란다. 처음에는 30부만 서점 진열대에 올렸다. 결과는 완판. 긍정적인 첫걸음이었다. 서점에서도 반응이 좋아 MD 추천 코너에도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두 번째 호는 100부를 보냈는데 30부는 돌아왔다. 그래도 첫 호보다 두 배 이상 팔린 셈이다. 소규모 출판물로서는 대단한 성과다.

팀원은 나이가 대부분 20대 중후반이다. 창간호를 제작할 때만 해도 졸업을 코앞에 두었었지만 이제는 취직 준비로 바쁘다. 편집장을 제외하고 멤버는 대부분 교체됐다. 처음 이 잡지를 구상했던 친구들은 해외로 나가거나 취직했다. 그도 취업의 문을 두드렸지만 낙방했다. 하지만 그는 “하루하루 자율적으로 꾸려가는 지금의 삶도 행복하다”고 말한다. 팀을 이끄는 편집장으로서 그의 가장 큰 고민은 무엇일까. 인터뷰 내내 밝게 웃던 그의 표정이 굳어졌다.

"잡지 운영이 가장 큰 문제예요. 하고 싶은 프로젝트는 많은데 자금이 부족해서요."
인건비까지 따지면 책 판매 수익금만으로는 감당이 안 되는 것. '근사한 잡지를 만들어 취직 걱정 없이 돈도 벌고 화끈하게 살아보자'고 다짐했던 것이 흔들리는 순간이다. 그는 광고를 받기 위해 광고주들을 만나러 다니고 소셜 펀딩을 통해 후원자도 받고 있다. 소셜 펀딩이란 괜찮은 아이디어나 프로젝트가 진행될 수 있도록 후원하는 소셜 웹 커뮤니티다. 트위터나 페이스북 등 소셜 미디어를 기반으로 홍보 활동을 벌이며 후원자를 받는 식이다. 잡지 〈헤드에이크〉는 급변하는 사회환경 속에서 방황하는 청춘의 모습, 그들이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고민하는 성장통이 그대로 담겨 있다. 20대 청춘이 자신의 세대를 기록하는 잡지는 그런 면에서 시대상이 반영된 한 편의 다큐멘터리다.

“소중한 청춘 기록물인 셈이죠. 저와 제 친구들이 성장하듯이 잡지도 함께 성장하고 있어요. 더 나은 삶과 세상을 위해 고민하고 질문하는 우리가 있는 한 〈헤드에이크〉는 계속 만들어져야 합니다. 함께 꿈꾸는 이들이 많을 때 세상이 변할 가능성은 더 커지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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