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엑스포 개막식이 열린 작년 4월 30일 오후 5시 50분쯤, 상하이 국제회의센터의 '화샤팅'에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주석과 부인 류융칭(劉永淸) 여사가 나타났다. 후 주석이 입장하자 중국 진행 요원들은 각국 정상을 줄 세워 안내했다. 이명박 대통령과 프랑스사르코지 대통령을 비롯한 외국 정상 20여명을 포함한 각국 대표들이 그 대열에 섰다. 후 주석 내외는 15분쯤 악수를 하고, 다른 방인 '상하이팅'으로 옮겨 만찬을 주재했다.

중국이 각국 대표에게 행사장에 와달라고 부탁한 시각은 후 주석이 도착하기 한참 전이었다. 요청대로 행사장에 온 외국 정상들은 대기실 격인 화샤팅에서 하염없이 후 주석을 기다렸다. 당시 상하이에 있던 한 소식통은 "일찍 도착한 대표들은 족히 40~50분을 기다렸을 것"이라며 "후 주석 앞에 줄 세워 악수를 시키는 모습이 꼭 옛날 황제가 조공 온 신하국 사신을 대하는 것처럼 느껴졌다"고 말했다. 중국의 '패권 외교'의 한 단면인 셈이다. 당시 이 대통령은 중국이 요구한 것보다 늦게 행사장을 찾았는데도 5분 정도를 기다렸다고 한다.

이런 관행이 눈에 띄기 시작한 것은 2008년 베이징올림픽 때였다. 개막식 당일 낮 12시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환영 오찬 때는 후 주석 부부를 만나려는 정상들의 줄이 길게 생겨 조지 부시 미 대통령 부부가 30분 기다렸다. 국영 CCTV는 이 장면을 생중계했고 "국가 정상들이 줄을 서서 후 주석을 '알현'했다"는 말이 돌았다.

한·중 관계에서도 패권을 휘두르는 듯한 중국의 모습은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지난해 11월 27일 중국은 다이빙궈 국무위원의 방한 사실을 당일 통보하며 이 대통령 면담까지 요구해 성사시켰다. 이 대통령이 "지금은 6자회담을 거론할 때가 아니다"라고 했는데도 다이빙궈는 귀국 후 일방적으로 '다음 달 6자회담 수석대표 긴급 협의' 제안을 공개했다. 작년 12월 18일 서해에서 불법 조업을 하던 중국 어선이 단속을 피하려다 우리 해경 경비함을 들이받고 침몰했는데도, 중국 측은 사건 원인은 간과한 채 오히려 책임자 처벌과 보상을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