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자네 집 물에 잠겼으면 어쩌지?"

지난 6일 오후 샤워기를 튼 것처럼 장대비가 쏟아지기 시작하자 가수 이효리(32)씨는 전날 뭄바이 슬럼가에서 만난 인도 소녀 뿌자(16)의 이름을 꺼냈다. "꼭 어릴 적 나 같아" 하면서 걱정스러운 표정이 됐다.

어릴 적엔 이씨도 생활이 어려웠다고 한다. "저도 중학교 때까지 아버지가 일하던 이발소에 딸린 단칸방에서 여섯 식구가 같이 살았거든요. 비가 많이 오면 집이 잠겨 친척 집에서 신세를 졌는데…."

이씨는 지난 1년여 가수 생활을 쉬고 재충전했다. 휴식기에 많은 변화가 있었다. 집을 줄이고 자동차와 명품 가방을 팔아버렸다.

그는 최근 월드비전을 통해 해외 아동 10명, 국내 아동 10명과 결연했다. "아이들을 후원하면서 공허했던 마음이 채워지는 게 느껴졌어요."

이씨는 다음 날 뭄바이 베라왈리 초등학교에서 학생들에게 점심밥을 퍼주다 눈물을 보였다. 도시락통이 없어서 친구 도시락 뚜껑에 밥을 받아가는 아이들의 뒷모습을 바라보다 울었다. 그날 일정을 끝내고 저녁 식사를 하던 이씨가 불쑥 말했다.

가수 이효리씨는 어릴 적에 여섯 식구가 단칸방에서 사는 어려운 생활을 했다. 하지만 그가 인도에서 만난 아이들은 훨씬 혹독한 환경을 견디며 살고 있었다. 이효리씨가 인도 뭄바이 슬럼가에서 아이들과 좁은 골목길을 걸으며 이야기하고 있다.

"오늘 본 아이들이 계속 마음에 걸려요. 전교생 3500명에게 좋은 도시락통을 하나씩 선물하고 싶어요."

이씨는 인도 체류 마지막 날인 8일 후원 아동인 뚤씨(여·4)와 만났다. 이씨는 전날부터 월드비전 인도 현지 직원에게 '너 참 예쁘다', '뭐 먹고 싶니' 같은 말을 배워서 연습했다.

처음 만난 둘은 함께 사진을 찍고, 그림을 그린 뒤 쇼핑을 나섰다. 이씨는 뚤씨가 갖고 싶어하는 장난감과 원피스 세 벌, 뚤씨의 두 언니를 위한 옷을 선물했다.

농사를 짓는 뚤씨의 아버지(35)는 "아이가 후원자를 만난다고 며칠 전부터 친구들에게 자랑하더라"며 "딸에게 잊지 못할 경험을 만들어줘 고맙다"고 했다. 이씨는 헤어진 뒤에도 아이가 눈에 밟히는지 한참 말을 하지 못했다.

[☞ [이슈트랙] 사랑만이 희망입니다 ]

[승자독식 사회 바로잡을 가장 긍정적인 대안 '기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