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중부발전에 근무하는 김재식(42·사진)씨는 '육아휴직 남편 1세대'다. 한국에서 육아휴직을 한 남성이 처음 공식 집계된 해는 2001년. 남성도 육아휴직을 할 수 있도록 남녀고용평등법이 개정된 것은 1995년이지만, 정부에서 육아휴직 급여를 주기 시작한 것이 2001년이다. 그해 남편 2명이 육아휴직을 했고, 이듬해 김씨를 포함해 78명의 남편이 육아휴직을 신청했다.

김씨는 "당시만 해도 회사에서 육아휴직 제도 자체를 아는 사람이 드물었다"며 "(육아휴직한다고 했을 때) 다들 굉장히 당황스러워했다"고 말했다.

충남 보령에서 아내와 맞벌이를 했던 김씨는 당시 다섯 살 난 첫째 아들이 있었지만 직접 키우기가 힘들었다. 전남의 부모님에게 맡기고 주말에만 아들을 만났다. 아이와 멀어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고, 아이 정서에도 좋지 않을 것 같았다. 게다가 아내가 대전으로 직장을 옮기고 주말 부부 생활을 시작했을 때 둘째 딸이 태어났다. 김씨는 직장생활을 하는 아내 대신 자신이 육아휴직을 하기로 맘먹었다.

하지만 생각처럼 실천은 쉽지 않았다. 직장 상사는 "자리를 비우면 다른 사람들이 힘들어진다"고 반대했다. 김씨는 "돌아와서 더 열심히 하겠다"고 3개월간 상사를 설득했다. 동료에게도 일일이 사정을 설명하고 이해를 구했다.

그렇게 힘들게 시작한 휴직은 꿈 같았다. 김씨는 매일 아침 큰아이를 유치원에 데려다 주고, 유치원이 끝나면 아이와 함께 놀이터에서 놀고 집에 돌아왔다. "아이가 매일 놀이터에서 저랑 노는 걸 그렇게 좋아하더라고요. 그제야 아이랑 교감하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지난해 육아휴직한 남성은 819명. 과거에 비해 늘었지만, 여전히 전체 육아휴직자 대상자의 1.9%에 그치고 있다. 상당수 남편들이 인사상 불이익이나 주변의 시선을 의식하기 때문이다.

김씨는 "휴직하기 전에 차별이 있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지금 와서 보니 그런 건 없었다"며 "직장에서 최선을 다해 일해온 사람은 육아휴직을 다녀오면 가정도 안정되고 자기 일에 더 충실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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