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오어진 기자 polpm@chosun.com, 김충민 기자 kcm0514@chosun.com

지난 4일 인천시 강화도 해병부대 생활관(내무반)에서 K-2 소총으로 동료를 쏘고 수류탄을 터뜨려 자살을 기도한 김모(19) 상병이 "총기보관함에서 탄약 등을 빼낼 때 공모자가 있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가 공모자로 지목한 사람은 같은 부대 정모 이병으로, 그는 당초 군 당국 조사에서 "김 상병을 말렸다"고 증언했던 인물이다.
 
6일 국방부 관계자는 "오전 1시쯤 해병대 헌병대가 정 이병을 긴급체포했다"면서 "정 이병은 김 상병이 탄약을 몰래 빼낼 당시 묵인한 혐의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관계자는 이어 "김 상병이 당시 정황 등을 상당히 구체적으로 증언해 체포가 이뤄졌다"고 덧붙였다. 국방부 김민석 대변인도 "정 이병은 스스로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고 생각하며 김 상병과 가까이 지냈다"고 말했다.
 
그러나 군 당국에 따르면 사건의 전말을 놓고 두 사람은 현재 '진실게임'을 벌이고 있다. 국방부조사본부의 김영수 수사2과장은 이날 "현재 정 이병은 실제 범행에는 가담하지 않았다고 진술하고 있다"면서 "김 상병과 정 이병이 '우리가 (부대 내의) 구타를 없애 버리자, 함께 사고 치고 탈영하자'고 말한 적은 있으나, 정 이병이 실제 범행에 가담했는지는 아직 드러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정 이병은 당초 군 당국의 조사과정에서도 "김 상병의 범행을 만류했었다"고 진술했었다. 군 당국의 '사고원인 및 경위 보고서'에 따르면 정 이병은 김 상병이 범행 직전인 오전 10시30분쯤에 만났다. 정 이병은 "막 잠에서 깬 상태로 김 상병을 만났다"면서 "김 상병은 술 냄새를 풍겼고 비틀거렸다. 얼굴도 상기됐었다"고 진술했다. 그는 또 "김 상병이 권승혁 일병을 죽이고 싶다는 말을 해, '그러지 마십시오'라고 대답했다"고 증언했다.
 
문제는 "탄약을 빼낼 때 (정 이병이) 묵인했다"는 김 상병의 진술과 "계속 잠을 자고 있었으며 범행 직전 만류했다"는 정 이병의 증언이 맞지 않는다는 점이다.
 
군 관계자는 "사건 당일 김 상병과 정 이병이 동선이 일치하지 않는 점이 많고, 김 상병의 진술도 오락가락하고 있다"면서 "추가 공범이 있는지 조사 중"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사견을 전제로 "조사가 나와봐야 알겠지만 김 상병이 아직 '복수하지 못한 인물'을 겨냥해 거짓진술 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면서 "두 사람의 진실공방으로 인해 조사가 지연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현재 국군 대전병원에서 치료를 받는 동시에 군 당국의 조사를 받는 김 상병은 피해자들이 사망한 사실을 모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과장은 "김 상병이 처벌에 대한 불안심리가 고조된 상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