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에 사는 A(60)씨는 40년째 시댁에서 살고 있다. 결혼하자마자 시댁에 들어가 시부모를 모시고 시동생들(3명)을 뒷바라지했다. 개인사업을 하는 남편과의 사이에 2남1녀를 두었다. A씨의 남편은 자동차 부품사업을 하다가 두 차례 실패를 했다. 넉넉지 않은 생활을 하면서 A씨는 자녀 셋 모두 대학을 졸업시켰고, 아파트 전셋값 등을 대주며 결혼시켰다.

하지만 A씨에게 편한 시간은 찾아오지 않았다. 손자·손녀 넷을 집에 데려다 키워야 했다. 손자·손녀까지 돌보다보니 한 달 생활비가 300만원까지 들었다. 20세에 결혼해 40년의 세월과 많은 재산을 자식 기르는 데 쓰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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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셋을 대학에 보내고 결혼시키느라 모아둔 돈이 거의 없다"면서 "지금 우리 부부한테는 집 한 채밖에 없는데 앞으로 생활이 걱정"이라고 했다.

공무원으로 정년 퇴임한 B씨(78·서울)는 10년 전만 해도 노후 생활비를 걱정하지 않고 살았다. 손자를 돌보고 친구들도 만나면서 노후를 보내는데, 아들이 직장을 그만두고 사업을 하겠다며 손을 내밀어 수억원을 대줬다. 하지만 아들은 1년 만에 사업에 실패했고, 그후 B씨는 동창 모임에 나가는 것도 부담스러울 정도로 형편이 어려워졌다.

부모를 모시고 자녀의 교육·결혼비용까지 떠맡고 살아온 우리나라 의 노년층이 '준비되지 않은 노후'에 '황혼 육아' 부담이 겹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경우가 많다.

세 살배기 손자를 돌보는 C(63·서울)씨는 "손자 하나지만 드는 비용은 만만치 않다"고 했다. 손자 간식비며 병원비까지 쏠쏠하게 돈 드는 데가 많다는 것이다.

C씨는 "어쩌다 감기라도 한 번 걸리면 며칠씩 병원에 가는데 차비며 진찰비, 약값으로 10만원은 든다"면서 "내가 몇 살까지 살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손자에게 옷이라도 한 벌 사주면 마음이 기쁘다"고 했다.

한국보육진흥원 박숙자 원장은 "어느 나라든 육아의 책임은 1차적으로 아이의 부모에게 있는 것"이라면서 "우리나라처럼 부모 세대가 3세 양육까지 책임지며 시간·경제·심리적으로도 큰 부담을 떠안는 나라는 세계적으로 찾아보기 힘들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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