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조선일보DB

"어머니, 아무래도 따님 병원 한번 데려가 보셔야겠어요. 매일같이 30분마다 화장실을 들락날락하는데…."

직장인 김유진(34·경기도 고양시)씨는 얼마 전 유치원 교사로부터 전화를 받는 순간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어린이집에 맡겨 키우고 있는 6살 큰 딸 '다혜'에게 이상이 생긴 것이다. 곧바로 아이를 데리고 대학병원에 갔다. 엄마와 떨어져 예민해진 아이가 불안 증세를 보인 것이라고 했다. 김씨는 정부기관에서 일하고 김씨의 남편도 직장에 다닌다.

다혜는 태어난 직후 할머니와 외할머니 손에서 크다가 두 살 때 엄마가 직접 키웠다. 아빠가 미국 유학을 떠나면서 엄마도 잠시 직장을 그만뒀다. 다혜는 그때부터 3년간 미국에서 엄마·아빠와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귀국 후 다혜는 엄마·아빠를 보기 힘들어졌다. 맞벌이를 하는 부모가 직장에 매달리면서 다혜는 어린이집에 맡겨졌다. 엄마·아빠는 다혜가 잠이 든 후에야 집에 오는 날이 많았다.

엄마의 마음은 더 아팠다. "아침마다 엄마 회사 가지 말라고 울고불고 난리잖아요. 그래서 애가 깨기 전 7시 20분이면 집을 나왔어요. 아침에 눈을 뜨면 엄마가 없어 얼마나 놀랐는지, 하루에도 수십번 화장실을 갔다고 해요."

부모 품에서 살다가 갑자기 어린이집·유치원 등에 맡겨진 아이들 가운데 스트레스를 받아 정서 불안 등을 겪는 경우가 많다. 특히 보육시설이 열악한 곳에 맡겨진 경우 낯선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면서 김씨 딸처럼 질병이 생기거나 공격적으로 변하거나 짜증을 부리곤 한다.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소아정신과 송동호 교수는 "세돌 이전 아이의 경우 아직 보육시설에 갈 준비가 안 된 경우가 많다"며 "가기 싫은 어린이집에 다닐 때 어린이들이 받는 스트레스는 어른으로 치면 주부가 하기 싫은 결혼생활을 계속하는 것에 비유할 수 있을 만큼 큰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정 여주대 교수(보육학회장)는 "아이에게 특히 영아에게 가장 좋은 것은 엄마든 할머니든 안정적인 누군가의 품에서 자라는 것"이라며 "애착관계를 형성하는 어린 나이에 보육의 질이 좋지 않은 환경에서 크거나 보육교사가 너무 자주 바뀔 경우 정서적인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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