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방황을 끝내고 군무이탈자에서 특급전사로 거듭난 육군7탄약창 이원춘(오른쪽 두번째) 일병이 부대 간부로부터 사격 방법을 지도받고 있다.

갓 20대를 넘어섰을 때였다. 군 복무를 하던 중 갑자기 부모님이 돌아가셨다. 방황이 시작됐다. 1994년 탈영한 그는 16년 6개월 동안 도피생활을 하다 2010년 자수했다. 그리고 지난 1월 다시 군으로 돌아갔다. 지난 4월 치러진 부대 특급전사 선발대회에서 '특급전사'로 선발됐다. 육군 사병 중 나이가 가장 많은 '37세 일병' 이원춘씨 얘기다.
 
23일 육군은 탄약지원사령부 7탄창에 근무하는 이 일병이 특급전사로 선발됐다고 밝혔다. 특급전사로 선발되기 위해서는 윗몸일으키기 82회 이상, 2분 안에 팔굽혀펴기 72회 이상을 해야 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1.5km 구보를 5분48초 이내에 마쳐야 하는 '강철 체력'이 요구된다. 또 K-2 소총을 이용한 사격은 20발 가운데 18발을 표적에 명중시켜야 한다. 집중력, 체력, 근성을 모두 갖춰야 하는 것이다. 30대 후반에 접어든 이 일병은 우수한 성적으로 이 모든 선발과정을 통과했다.
 
이 일병이 최고령 육군 사병이 된 것은 과거 탈영한 이력(履歷) 때문이다. 21세 때 탈영한 이 일병은 매년 복귀명령을 받았다. 탈영(공식용어는 군무이탈)의 경우 '명령위반죄'가 적용돼 매년 복귀명령을 받으면서 공소시효가 계속 연장된다.
 
지난 16년 6개월은 고통스러운 기간이었다. 일용직 밖에 할 일이 없었다. 직장생활은 불가능했고 은행 등을 이용하지도 못했다. 아는 사람을 통해 금융거래를 시도하다 사기를 당하기도 했다. 도피생활을 하는 동안 교통사고를 당했지만 제대로 치료조차 받지 못했다.
 
그가 '돌아온 용사'가 되기로 결심한 것은 지난해 11월이었다. "죗값을 치르고 떳떳하게 살고 싶다"고 다짐한 그는 군사법원 재판에서 '24개월 복무'라는 판결을 받고 지난 1월 7탄약창으로 전입신고를 했다.
 
처음에는 교통사고의 후유증 탓에 윗몸일으키기를 5개 정도 밖에 못했다. 공포감으로 인해 사격도 할 수 없었다. 지난 세월을 만회하려 이를 악물었던 이 일병은 석 달 만에 이를 극복해 특급전사의 휘장을 달게 됐다.
 
이 일병의 상관인 김영철(대령) 7탄약창장은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고 돌아와 국민의 의무를 다하는 이 일병은 탈영병의 귀감이 된다"면서 "이 일병이 남은 군 생활 동안 더 많은 자기계발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