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충남 아산의 한 아파트에서 시신 2구가 같은 날 각각 다른 집에서 발견됐다.
숨진 박모(여·65)씨와 이모(52)씨는 모두 가족과 떨어져 홀로 살던 '1인 가구'였고, 고혈압 등의 지병을 앓고 있었다. 당시 출동했던 경찰은 박씨는 3일, 이씨는 7일 이상 숨진 채 방치돼 있었던 것으로 추정했다. 전형적인 '고독사(孤獨死)'다.
한국에서도 1인 가구가 급속한 속도로 늘어나면서 일본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외로운 죽음'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200~300명 가구가 아파트나 오피스텔에서 벽 하나를 사이에 두고 붙어 살지만 이 공간에선 전통적인 '이웃'의 개념이 사라진 지 오래다. 서울 신촌에 있는 230실 규모의 오피스텔에 거주하는 허모(34·회사원)씨는 이곳에 3년가량 살았지만 경비원을 빼고는 이웃과 말 한 번 섞어 본 적 없다. 옆 호실의 주민도 얼굴만 안다. 허씨는 "오피스텔에 살면서 구태여 이웃을 알아야 할 이유도 없고, 나를 알리고 싶지도 않다"며 "옆집 사람이 쓰러져도 문 열고 비명을 지르지 않는 한 알 방법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과 마찬가지로 한국의 1인 가구의 비율도 노인·청년·장년층을 가리지 않고 급격한 속도로 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0년 우리나라의 1인 가구 수는 403만 가구로 전체 가구(1733만 가구)의 23%에 달한다. 30년 전인 1980년에는 1인 가구의 비중이 4.8%에 불과했다. 1990년에는 9%, 2000년에는 15%로 늘었다. 30년 사이 5배, 20년 사이 2배가량 늘어난 것이다. 1인 가구 증가 속도는 정부의 예상치를 훨씬 넘는다. 2009년 말 통계청은 2030년이 돼야 1인 가구의 비율이 23%를 돌파할 것으로 전망했지만 정부의 예측보다 20년이나 빨리 1인 가구가 늘어난 셈이다.
김용학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는 "부유층과 비교해 소외계층으로 갈수록 사회적 네트워크가 약해지는 '인맥의 양극화 현상'이 한국에서도 급격하게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입력 2011.06.21.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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