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엔터테인먼트 제공

이수만<사진> SM엔터테인먼트 대표 프로듀서는 6일 본지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한류(韓流)의 유럽 확산 성공 가능성에 대해 시종 자신감을 나타냈다. 한국 대중가수의 사상 첫 유럽 대규모 공연으로 기록될 10·11일(현지시각) 파리 'SM 타운 라이브' 공연에는 동방신기·소녀시대·슈퍼주니어·샤이니·F(X) 등 인기아이돌 그룹 5팀이 참가한다.

―SM 공연을 보겠다고 프랑스 청년들이 시위까지 했다.

"루브르 박물관 앞 시위 소식을 듣고 깜짝 놀랐다. 처음에는 우리 공연에 무슨 문제가 있어 저러나 싶었는데 알고 보니 아니었다. 좋은 일로 데모를 하는 경우도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웃음) 우리는 축제 분위기였다. 세계화를 목표로 물 밑에서 10여년간 진행했던 계획이 이제 결실을 맺기 시작한 듯하다."

―아직은 시작 아닌가. '찻잔 속의 태풍'으로 끝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나는 이번에 파리에 가면 유럽 지역에서 SM과 함께 작업하는 현지 작곡가와 프로듀서 70여명과 콘퍼런스를 가질 예정이다. 이들은 세계 시장을 장악하기 위한 SM 네트워크다. 유럽과 미국에서 통할 수 있는 한국 음악을 만들기 위해 머리를 맞대는 자리다. 이런 사람들과의 협업이 바탕이 됐기 때문에 프랑스 청년들 감성에도 맞는 음악이 나오는 것이다. 우리 음악의 영향력이 세계 각지로 더욱 확산될 것이라 믿는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하다."

―유럽 말고 다른 지역에도 'SM 사단'이라 할 수 있는 작곡가가 있나.

"우리가 관계를 맺고 있는 각국 작곡가가 300여명쯤 된다. 이번 파리에서만큼 큰 규모는 아니지만 매년 2~3회씩 세계 각지에서 20~30명의 작곡가·안무가·프로듀서가 한자리에 모여 논의를 한다. 우리는 10여년 전부터 국내에 안주할 생각을 버렸다."

―외국 작곡가가 만드는 음악을 한국 음악이라 할 수 있나.

"한국만의 음악을 고집하는 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 지금은 퓨전의 시대다. 우리 음식이 외국에 진출하는 경우를 보라. 항상 현지인의 입맛에 맞게 그들의 음식과 뒤섞이는 과정이 있지 않은가. 음악도 세계 시장의 인정을 받으려면 퓨전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해외 작곡가들은 한국인이 만든 음악을 각자의 나라에 걸맞는 방식으로 조금씩 수정한다. 그들이 만든 노래를 여러 방식으로 고치기는 우리 또한 마찬가지다. 고집을 버려야 살아남을 수 있다."

―1년 중 대부분을 LA에서 머문다는데 이유는.

"지금 세계 대중음악의 본산은 미국이다. 그리고 할리우드가 있는 LA에는 거물 작곡가, 프로듀서, 사업가들이 밀집해 있다. 내가 할 일은 이곳에서 그들과 네트워크를 만드는 것이다."

―미국 시장 정복이 최종 목표란 뜻인가.

"아니다. 미국 시장에서 인정받는 건 더 큰 그림의 중간 단계일 뿐이다. 나는 중국에서 최고가 되어야 한다고 믿는 사람이다. 곧 중국에 할리우드를 능가하는 엄청난 엔터테인먼트 시장이 형성될 것이다. 우리는 일본 시장에서 성공했고 미국과 유럽을 공략하고 있지만 최종 목표는 중국의 할리우드를 우리 것으로 만드는 것이다. 단언컨대 앞으로 5년 내에 아시아 1등이 세계 1등이 될 날이 온다."

프랑스 파리‘SM타운 라이브’공연에 출연할 소녀시대(왼쪽)와 동방신기. 이 외에도 슈퍼주니어·샤이니·F(X)가 참가한다.

―프랑스 외에 다른 유럽 지역에서 공연할 계획은.

"문의는 많이 오지만 아직 정해진 건 없다. 우리가 SNS와 유튜브 등을 통해 노래를 알리는 데 공을 들여왔기 때문인지 영국· 독일·스페인·스웨덴 등에도 팬이 많다. 파리 공연이 끝나면 이런 움직임은 더욱 확산될 것이다. 영국과 독일은 음악시장이 크기 때문에 잠정적으로 다음 목표 지역으로 삼고 있다."

―한국 음악의 급속한 세계화에 SNS와 인터넷이 큰 역할을 하고 있는 건가.

"당연하다. SNS는 우리 음악의 영향력을 기하급수적으로 키우고 있다. 지난해 'SM타운 라이브' LA공연은 빌보드 공연 차트 10위에 오를 정도로 성공적이었다. 그런데 관객 중 한국인은 15%에 불과했다. 나머지는 모두 SNS와 인터넷을 통해 우리 음악을 접하고 찾아온 미국인 팬들이었다. 아시아 사람도 전체 관객의 30% 수준이었다. 우리는 미국과 유럽 시장에서 TV, 라디오 같은 전통적 매체보다 인터넷과 SNS를 훨씬 중요하게 생각한다."

―한국 대중음악의 세계화는 SM 혼자만의 과제는 아닐 텐데.

"우리 말고도 박진영·김창환 등 좋은 프로듀서들이 많다. 그들도 나름의 노력을 통해 성과를 거두고 있고 앞으로 가능성도 크다고 본다. 다만 우리처럼 길게 보고 세계적 네트워크를 만드는 데 좀 더 신경을 쓰면 좋겠다."

―소속 연예인과 장기계약을 맺는 한국적 매니지먼트 시스템에 대한 비판도 적지 않다.

"그런 한국형 시스템이 한류 세계화의 원동력이라는 사실을 잘 모르고 하는 얘기다. 우리는 가능성 있는 연습생들을 선발해 어린 시절부터 철저한 트레이닝을 시켜 엔터테이너로 키우고 있다. 물론 정상적 교육에도 만전을 기한다. 미국이나 유럽의 에이전시 시스템은 이미 검증된 스타를 향해서만 투자를 하기 때문에 한계가 있다. 이미 세계로 나가고 있는 한국 엔터테인먼트 산업은 한탕주의로 성공할 수 없다. 우리는 장기적인 계획과 투자를 통해 스타를 만들어왔다. 이를 부정할 사람이 과연 있을까. 미국과 유럽에서도 우리 시스템을 배우고자 하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