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들이 '조건 없는 반값 등록금 실현'을 요구하며 서울 광화문에서 열고 있는 촛불집회가 열흘 가까이 이어지고 있다. 처음엔 대학생 수백명이 시작한 집회에 차츰 직장인과 학부모 등 일반 시민의 모습이 가세하고 있다. 지난 주말부터는 야당 의원들이 집회장에 나타나 지지 발언을 하고 진보·좌파 정당과 단체의 깃발도 등장했다. 반정부 집회에 단골로 얼굴을 내미는 교수, 연예인의 발길도 잦아지고 있다. 시위를 주도하는 한국대학생연합(한대련)은 7일과 10일 전국 주요 도시에서 동시 집회를 갖겠다고 공언했다.

'반값 등록금'은 4·27 재·보선에서 패배한 여당의 새 지도부가 국면 전환용으로 꺼내든 이슈인데 불을 댕기자 순식간에 불길이 커졌다. 비싼 대학 등록금으로 고통받는 국민이 워낙 많은 탓이다.

우리 대학 등록금 수준은 공립과 사립 모두 미국에 이어 세계 2위라고 한다. 미국 대학생의 70%가 공립에 다니고 우리는 80%가 미국 공립보다 비싼 사립에 다니는 점을 감안하면 학생과 학부모가 느끼는 등록금 부담은 사실상 세계 1위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상황은 반드시 바꾸어야 한다. 하지만 학생들 주장대로 조건 없이 등록금을 절반으로 줄여주려면 국민이 매년 5조~6조원의 세금을 더 내 등록금의 나머지 반(半)을 메워줘야만 한다. 대학생이 없는 가정을 포함해 모든 국민이 이만한 부담을 흔쾌히 받아들일지 의문이다.

국내 대학들 중엔 재단이 학교 운영에 1원 한 푼 내지 않고 등록금만 갖고 연명해가는 간판뿐인 대학이 수십개나 된다. 국가가 지원할 경우 이런 가짜 대학들까지 아까운 세금을 나눠줘야 하는 것인지, 등록금의 일정액을 일률적으로 깎아줄지 아니면 장학금을 확대할지 등 풀어야 할 복잡한 숙제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

반값 등록금이 길거리의 이슈가 되고 있는 현실에 여·야 모두 책임의식을 가져야 한다. 여중생 장갑차 사망사건, 광우병 사태에 이어 또 하나의 촛불사태로 발전하는 걸 막으려면 정치인들이 반값 등록금 논의를 정치의 장(場)으로 가져와 해법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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