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영 KAIST 전기및전자공학과 교수(뇌과학연구센터 소장)

대학원에 입학해서 받은 첫 과제는 "과학기술인은 무엇인가?"였다. 며칠을 고민하다 제출한 답은 이랬다. "자연현상을 이해하고 응용하여 인류 사회에 새로운 가치를 더하는 사람." 지금은 내 삶의 등불 같은 말이다.

1970년대 초까지만 해도 우리는 가난했다. 수출할 게 없어 국가가 주도해 대졸자를 광부로 간호사로 내보냈다. 그 무렵 나온 비전이 과학기술을 통한 국가발전이었다. 재능 있는 인력이 과학기술계로 몰렸다. 1970년대 텔레비전을 겨우 조립하던 수준에서 이제 우리는 반도체 메모리, 휴대폰, 자동차, 선박 등으로 세계를 선도한다. 인재 투자의 결실이다.

하지만 역사는 돌고 돈다. 지금 과학기술계는 인력 과잉 배출의 부작용을 앓고 있다. 사기도 바닥이다. 의사·법조인 집안만 해도 대물림 자녀가 많지만 대덕연구단지에서는 천연기념물처럼 희귀하다. 개인의 인생설계를 뭐랄 순 없다. 하지만 이공계 기피 풍조가 사회에 주는 신호는 분명하다. 지속발전 가능성에는 빨간불이 들어왔다. 앞으로 20년 후, 우리 사회는 새로운 가치 창출은 없이 변호사·의사·사업가들만 남은 '파이'를 나눠 먹느라 골몰할지도 모른다.

다시 한번 세상은 돌고 돈다. 그때쯤이면 과학기술 인력의 품귀를 탄식하는 소리가 커질 것이다. 이공계 인력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대우가 높아질 것임은 물론이다. 어떤가. 지금의 고교·대학생은 20년 후 미래를 생각해 자신을 이공계에 한번 투자해 볼 만하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