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 승부조작 파문 대책 마련을 위해 26일 한자리에 모인 K리그 16개 팀 단장들이 "K리그를 체육 복표(스포츠 토토) 발행 대상에서 제외해 달라고 국민체육진흥공단측에 요청키로 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스포츠 토토를 발행하는 국민체육진흥공단은 "토토 발매와 중단은 문화체육관광부와 협의할 사안"이라는 입장이다. 검찰이 승부조작에 대해 대대적인 수사 확대 방침을 밝힌 상황에서 과연 토토 중단 정도의 대책으로 파문을 극복할 수 있겠느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프로축구 단장들은 이날 오후 3시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4시간 동안 비상 대책회의를 열었다. 프로축구 승부조작과 관련된 검찰 조사 결과가 잇달아 나오는 상황이어서 한때 정규리그와 컵대회 잠정 중단까지 논의될 만큼 분위기가 심각했다.

하지만 연맹은 리그 중단 등의 조치는 취하지 않기로 했다. 안기헌 연맹 사무총장은 "승부조작이 일부 선수들의 문제이고 리그 전체의 문제는 아니다"며 "K리그를 멈추는 것은 축구팬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는 의견이 많았다"고 말했다. 연맹은 ▲부정방지 워크숍을 개최하고 ▲비리근절대책위원회(가칭)를 상설 운영하는 등의 대책을 내놨다. 그러나 연맹의 대책은 일파만파로 번진 승부조작의 범위와 범죄성, K리그에 대한 팬들의 분노와 실망감에 비춰볼 때 솜방망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심각한 K리그 단장들 - 26일 오후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프로축구 K리그 단장들이 승부조작사건 긴급대책회의를 하고 있다.

검찰 주변에선 현역 선수 중 소환 대상자가 '10명 이상이 될 것' '수사 진전 상황에 따라 타 구단으로 확대될 것'이란 전망도 있다.

프로축구 전문가들도 이번 승부조작 파문이 위원회 설치로 해결될 상황이 아니라고 보고 있다. 지금까지 프로축구 도박 업자들은 주로 신분이 불안한 지방구단의 저연봉 선수들을 돈으로 유혹해 왔다. 이들은 폭력조직과도 연결돼 있기 때문에 일단 발을 들여놓은 선수는 빠져나오기 어려운 구조다.

승부조작 관련 선수들이 줄줄이 적발될 가능성도 점점 높아지고 있다. 프로축구 관계자는 "1억원을 받은 골키퍼 S씨의 경우 본인 몫은 2000만원뿐이고 나머지는 동료 포섭비용이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그렇다면 S씨가 나머지 8000만원을 4~5명에게 주고 추가로 포섭하려 했다는 얘기다. 한 팀에서 선발 선수(11명)의 절반 가까운 선수들이 승부조작에 가담했을 가능성도 있다는 의미다. 이렇게 심각한 상황인데도 연맹은 승부조작이 '일부의 문제'라는 안일한 인식을 드러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