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이대호는 지난 22일 부산 사직 경기가 비로 취소되자 미용실을 찾아갔다. 심기일전 차원에서 머리를 짧게 밀기 위해서였다.

이대호는 올 시즌 초반 지독한 홈런 가뭄에 시달렸다. 개막 2연전에서 연이틀 홈런을 쳤지만 이후 3주째 손맛을 못 봤다. '한 시즌 50홈런'은 물 건너가는 듯했다. 그 사이 팀은 타격 부진에 빠지며 최하위권으로 밀려났다. 중심 타자인 이대호의 어깨가 무거울 수밖에 없었다.

'짧은 머리'의 간절함이 통했던 걸까. 이대호는 24일 SK와의 홈 경기에서 연타석 대포를 터뜨렸다. 부활의 제물은 SK 구원투수 정우람이었다. 이대호는 3―8로 뒤진 7회 말 2사 1루에서 정우람의 시속 141㎞ 직구를 잡아당겨 좌월 2점홈런을 터뜨렸다. 지난 3일 사직 한화전 이후 21일 만에 터진 홈런이었다.

불붙은 이대호의 방망이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이대호는 5―9로 쫓아가던 9회말 2사 2루에서 바뀐 투수 이승호(등번호 20번)의 시속 116㎞짜리 커브를 공략해 중견수 쪽 담장을 넘기는 2점홈런을 쏘아 올렸다. 사직구장을 찾은 팬들은 오랜만에 보는 이대호의 홈런포에 '부산 갈매기'를 합창하며 열광했다.

이로써 이대호는 단숨에 홈런 공동 선두(4개)로 뛰어올랐다. 현재 홈런 부문에선 이대호를 비롯해 이범호(KIA), 정근우(SK), 조인성(LG), 이대수(한화) 등 5명이 공동 선두를 달리고 있다.

롯데는 이대호의 연타석 대포에도 불구하고 7대9로 졌다. 하지만 그동안 부진했던 타선이 살아났다. 롯데는 23일엔 1―4로 뒤진 9회 말 대거 3점을 따라붙으며 결국 연장 10회 말 황재균의 끝내기 안타로 7대6 역전승을 거뒀다.

SK는 13승(5패)째를 거두며 여전히 선두를 유지했다.

대전에선 두산이 홈팀 한화를 9대5로 꺾고 5연승 했다. 두산 최준석은 전날 만루홈런에 이어 이날 3점홈런(시즌 3호)을 터뜨렸다. 모두 결승 홈런이었다. 김경문 두산 감독은 통산 501승째를 거뒀다.

잠실에선 KIA 이범호가 0―1로 뒤진 3회 2사 1·2루에서 LG 선발 리즈로부터 좌월 3점홈런을 터뜨려 경기를 뒤집었다. KIA는 홈팀 LG를 8대2로 이기고 2연승 했다. KIA 선발 양현종은 5와 3분의 1이닝 2실점, 시즌 첫승을 따냈다. 양현종은 LG를 상대로 이날까지 통산 25차례 등판해 한 번도 패하지 않았다.

넥센은 서울 목동 홈 경기에서 삼성을 6대5로 잡고 전날 패배를 되갚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