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문학의 어머니'로 불리는 소설가 박완서는 올해 초 세상을 떠났지만, 박씨의 뒤를 이을 문학 소년과 소녀들은 건재하다. 읽고 쓰기 좋은 계절인 4월, 남다른 감수성으로 소설가와 시인을 꿈꾸는 문학소년·소녀를 만났다.

'글감' 발견할 때마다 쓰고 싶은 욕구… 독서와 토론이 문학소년의 비결!

"좋은 글은 '솔직한 글'입니다. 말하고자 하는 바와 내용을 직접적으로 전달해야 합니다."

김형준(서울 동양고 2)군은 글에 대한 주관이 뚜렷하다. 그의 꿈도 마찬가지다. 전교 1등의 우등생인 김군은 인기학과에 진학하라는 주변의 권유에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그의 꿈은 국문학과에 진학해 소설가가 되는 것. 작년 제10회 YMCA 청소년문학상에서 대상을 차지한 김군의 글도 마치 '딸깍발이'처럼 꼬장꼬장하다. 예고 학생들을 제치고 김군에게 대상을 안겨준 산문 '거울'은 거울 속에 투영된 '나'를 통한 '내적 성장'의 다짐을 담았다. 세상과 자아를 향한 김군의 목소리가 분명히 묻어 있다. 사사롭게 지나칠 수 있는 세상의 모든 장면은 그에게 훌륭한 글감이다. 김군은 "글의 소재를 발견하거나 쓸거리가 생기면 반드시 글을 써야 직성이 풀린다"고 말했다.

김군에게 글쓰기는 일종의 놀이다. 이미 글쓰기가 습관이 된 김군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서 만든 '글틴(teen.munjang.or.kr)'이란 온라인문학사이트에 정기적으로 소설을 올린다. 김군은 "소설 내 다양한 등장인물의 특성, 대화의 깊이, 갈등요소 등이 매력적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따로 글쓰기 공부나 문장 교육을 받은 적이 없다. 대신 어렸을 적부터 도서대여업체에서 일하던 엄마가 매일 갖다 주는 책을 읽었다. 고교 진학 후엔 교내 토론동아리 'GAP'의 회장을 맡으며 격주마다 사회 이슈에 대한 토론을 진행했다. 친구와 의견을 교환하면서 미처 몰랐던 생각을 발견하는 것도 글쓰기의 자양분이 됐다.

서울 동양고 2학년 김형준군( 왼쪽), 서울 종암중 2학년 송시정양.

"시란 '상상력'과 '경험'의 절묘한 조화다"

'(중략)…내 밝고 환한 줄기들이 녹는다 / 두근두근 가슴이 뛰던 그 순간 / 입술을 내밀고 눈을 감는다 / 쪽! / 눈을 뜨자 하늘이 붉어져 있다'(출처: 대산문화재단)

지난해 대산청소년문학상 시 부문 최연소 수상자인 송시정(서울 종암중 2)양의 시 '입맞춤'의 일부분이다. 송양은 이 시를 포함한 다섯 작품으로 예선을 통과했다. 이후 예선통과자를 대상으로 열린 2박 3일간 진행된 문예캠프 백일장에서 남을 바라보는 자신의 편견을 담은 '안경'이란 시로 은상의 영예를 안았다.

초등학교 4학년 어느 봄날, 송양은 시를 처음 썼다. "봄이 왔을 때의 느낌을 그대로 썼다"고 회상하는 송양은 탁월한 언어감각으로 선생님의 주목을 받았다. 그는 시제를 받으면 일단 처음 떠오르는 생각을 나열하는 작업부터 시작한다. 송양은 "일단 글을 쓰기 시작하면 그 뒷내용이 자연스럽게 터져 나온다. 어렸을 때부터 주말이면 가족이 함께 도서관에 놀러 가곤 했다. 그때 들인 독서 습관이 어휘력과 언어 감각에 도움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송양은 '상상력'과 '경험'이야말로 시상을 떠올리는 데 가장 필요한 재료라고 설명한다. 예를 들어, '4월'이란 시제가 나오면 4월에 대한 이미지, 생각을 먼저 떠올리고 나서, 당시에 자신이 경험했던 일들을 대입하는 식이다.

"상상만 가득하고 실제와 동떨어진 글은 감동을 주지 못해요. 반대로 경험만 바탕이 된 딱딱한 글은 시의 매력을 보여주지 못하죠. 상상과 필자의 경험을 균형 있게 펼쳐야 좋은 시를 쓸 수 있다고 생각해요."

>> 문학소년·소녀가 들려주는 책 읽기

①스스로 책 속 주인공 돼 보세요
"대부분 학생들이 컴퓨터 게임을 좋아하죠? 이유는 자신이 주인공이 돼 활약하기 때문입니다. 독서도 마찬가지예요. 등장인물의 상황, 대화를 떠올리며 자신이 주인공이라고 생각하며 읽으세요. 더 쉽게 책에 빠져들 수 있답니다."

②독후감에 집착하지 마세요
"독후감은 때로 편안한 책 읽기에 부담이 될 때도 있죠. 책을 덮고 떠오르는 생각을 간단한 '시구'나 짤막한 문장으로 남기는 것도 좋아요. 책 내용도 오래 기억나고 표현력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되죠."

③책보다 '책이 있는 환경'이 중요해요
"저희는 책을 읽으라는 강요를 들은 적이 없어요. 주변에 항상 책이 있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읽게 된 것뿐이에요. 책을 사주는 것보다 손이 닿는 곳에 책을 마련해주시면, 저절로 읽게 되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