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가 오랜만에 관중몰이를 하며 힘차게 시즌을 시작했지만 경기력 면에서는 수비 축구 강화 움직임이 보인다는 비판도 일고 있다. 특히 주말인 9~10일 프로축구 K리그의 골 가뭄이 '최순호 신드롬'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공격 축구를 지향했던 강원FC의 최순호 감독이 성적 부진(4연패)의 책임을 지고 지난 4일 전격적으로 물러나자 다른 감독들이 몸을 사리며 '지지 않는 축구(수비 축구)'를 더 강화했다는 이야기다.

5라운드 주말 프로축구 8경기에서는 0대0 무승부가 네 경기였고 득점 합계가 고작 10골이었다. 올 시즌 프로축구는 1~4라운드까지 19골→15골→25골→23골을 기록하고 있었다.

프로축구연맹 고위 관계자는 "주말 경기는 최순호 감독 사임이 큰 영향을 준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스타 출신 창단 감독이 물러나는 것을 보며 다른 감독들이 무슨 생각을 했겠느냐"며 "이러면(수비 위주로 흘러가면) 안 되는데 걱정스럽다"고 했다.

올 시즌에는 강한 수비를 앞세운 시민구단 대전과 대구가 1, 3위를 달리며 재미를 보고 있다. 시민구단들이 이렇게 우수한 성적을 올린 것은 근래 보기 드문 일이다. 반면 공격적인 FC서울(12위), 강원(16위) 등은 부진에 빠져 있다. 포항(2위) 정도만 체면을 지키고 있다. 일본 J리그에서 올 시즌 K리그로 돌아온 황보관 FC서울 감독도 "상대 팀들이 너무 수비적으로 한다"는 불만을 계속 털어놓고 있다.

네티즌들은 극단적인 수비 축구를 '텐백 축구'라고 조롱하기도 한다. 네 명의 수비가 '포백'이듯 열명이 수비에만 가담한다는 얘기다.

16개 팀을 모두 국내파 감독이 맡으면서 눈치 보기가 더 심해졌다는 분석도 있다.

포항의 파리아스 전 감독, FC서울의 빙가다 전 감독처럼 거침없이 공격하면서 틀을 깨는 인물이 안 나오니 서로 몸만 사린다는 의미다.

프로축구 A구단 사장은 "야구에 투고타저(投高打低)란 말이 있듯이 올 시즌 축구는 수고공저(守高攻低·수비의 성적이 좋고 공격은 낮음)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며 "이러다 애써 모은 관중 다 달아난다. 감독들이 빨리 정신 차려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실리 축구라는 말로 수비적인 축구를 미화해선 안 된다"며 "그건 감독이 자기 한 몸을 챙기는 '보신 축구'일 뿐"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