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이 잇따라 자살한 카이스트(KAIST)에서 이번에는 교수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10일 오후 4시쯤 카이스트(KAI ST) 생명과학과 박태관(54) 교수가 대전시 유성구 전민동 아파트 15층 자신의 집에서 목을 매 숨져 있는 것을 박 교수 부인이 발견했다. 박 교수의 아내는 "오늘 서울 집으로 오는 날인데 연락이 안 돼 대전에 내려와 보니 남편이 숨져 있었다"고 말했다. 발견 당시 박씨는 주방 가스배관에 붕대를 감아 목을 맨 상태였으며 현장에는 "학교에 미안하다. 애들을 잘 부탁한다. 미안하고 사랑한다"는 내용의 A4용지 3장짜리 유서가 남아 있었다.

서남표 총장 "미안하다"… 연구비 유용 혐의로 교과부로부터 중징계 방침을 통보받은 카이스트 교수가 10일 자살하자 이날 밤 카이스트(대전 유성구) 본관 앞에서 학생들이 최근 자살한 학생 4명과 교수에 대한 추모 촛불집회를 열었다. 서남표 총장이 집회 현장을 찾아 위로하고 있다.

학교측은 "지난해 박 교수의 연구실에 지급된 운영비 1억원 중 2200만원을 개인 용도로 사용한 사실이 이번 감사에서 적발돼 지난주 중징계 및 검찰고발 방침을 교과부로부터 통보 받고 고민해온 것으로 알려졌다"고 밝혔다. 교과부는 지난 2~3월에 카이스트 종합감사를 실시했었다.

박 교수는 1996년 9월 카이스트 교수로 부임해 2007년 정년보장 심사를 통과했고, 생체고분자를 쓰는 약물전달·유전자치료·조직공학 분야의 국제적 저명학자로 SCI(논문인용색인)급 연구논문을 220여편 발표했다.

2009년엔 생체재료 연구 분야의 세계적인 성과를 인정받는 학자들에게 주어지는 클렘슨상(Clemson Award)을 받았다. 작년 2월에는 카이스트에서 '최우수 교수'로도 선정됐다.

경찰 관계자는 "유서에는 최근 자살한 KAIST 학생들에 대한 언급은 없어 일단 학생 자살 사태와의 관련성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KAIST에서는 올 들어 학생 4명이 잇따라 자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