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산을 접을 때 빗물이 손에 묻었다. 찜찜했다.

"방사능 비를 약간 맞기만 해도 문제가 되나?"

마주앉은 이명철(63) 서울대 핵의학교수는 대답했다.

"우리나라 상공까지 날아온 '방사성요오드'나 '방사성세슘'의 양은 극히 적다. 따라서 빗물에 섞여 떨어지는 방사성 물질의 양은 더욱 적다. 비를 맞아도 아무런 영향이 없다."

그는 30년째 핵의학 임상진료를 해오고 있다. 세계핵의학회 회장, 세계동위원소협회장 등도 역임했다. 방사능과 인체의 상관관계를 그는 틀림없이 알고 있을 것이다.

―방사능 비가 피부에 닿으면 어떤 작용을 일으키나?

"이 정도의 방사성 물질이 포함된 비는 아무리 맞아도 괜찮다. 기분상 찜찜하면 빗물을 닦아내라. 그뿐이다."

방사능을 검측하는 모습.

―만약 빗물이 입속으로 들어가면 어떤 문제가 발생하나?

"아무런 피해가 없다. 마음에 걸리면 물 한 컵을 마셔도 좋다."

―그게 무슨 소리인가?

"괜찮다는 뜻이다. 기분이 안 좋으면 씻어내라는 것일 뿐이다."

―닦아내거나 씻어도 방사성 티끌은 집안 어디엔가 남거나 하수구로 흘러내릴 것이다. 설령 비를 직접 안 맞았다 해도 그 빗물은 지하에 스며든다. 방사능은 계속 우리 주변에 남아있는 것이 아닌가?

"지하에 스며들면서 방사성 물질은 더욱 희석되고 자연적으로 그 양이 줄어들어 환경에는 별 영향을 주지 않는다."
전문가들이 '으레 하는' 답변을 그도 되풀이했다.

―우리는 심각한 것을 선생은 너무 대수롭지 않게 말하는 것 같다.

"진실을 말한 것이다."

―방사선에 닿으면 우선 탈모와 화상 등이 일어나지 않는가?

"그건 방사선량이 많을 때다. 일반인의 방사선 연간허용치는 1밀리시버트(mSv·방사선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기 위해 만들어진 단위)다. 이보다 1000배 넘는 1000밀리시버트가 되면 열 명 중 한 명꼴로 그런 증세가 나타난다. 지금은 수만분의 1밀리시버트도 안 된다."

―"괜찮다, 다 괜찮다" 식이면 지금 우리가 괜히 난리를 친단 말인가?

"대화가 막히는 것은 마치 서울 시내에 원자폭탄이 터진 상황으로 착각하기 때문이다. 천지사방에 방사성 물질이 꽉 찬 것처럼 생각한다. 날아온 방사성 물질은 너무나 극미량이다. 지속적으로 노출돼도 아무 문제가 없다. 이보다는 도심 배기가스가 더 유해하고, 담배를 피우는 것이 몇 배나 더 치명적이다. 원자력발전소 주변 사람들은 연간 0.2밀리시버트의 방사선에 노출되어 있는 걸로 조사됐다. 매일 담배 세 개비씩 피우는 사람이 암에 걸릴 확률은 이들보다 100배 더 높다."

―'방사능' 비가 내리자 일부 초·중학교들은 휴교를 했다. 우산도 부쩍 많이 팔렸다. 하지만 앞으로도 비는 내릴 것이다. 일본서 바람도 불어올 것이다. 사람들의 내면에는 막연한 공포가 자라고 있다.

"언론 보도는 확대 포장됐다. 방사성 물질이 공기 중에 자욱하게 떠 있는 것처럼 보도한다. 그런 뒤 말미에 '인체에는 영향이 없다고 한다'고 붙인다. 일반 사람들이 겁을 안 먹을 수 없다."

―매스컴마다 야외활동을 자제하라고 했다. 이런 친절한 당부조차 과잉된 것인가?

"굳이 벌거벗고 비를 맞을 필요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맞는다고 해서 문제는 없다. 우리는 일상에서도 연간 2.4밀리시버트의 자연방사선을 쐬고 있다. 자연방사선도 성질이 같다. 여기에 인공방사선 노출을 연간 1밀리시버트 허용하고 있다. 이를 넘지 않으면 문제가 없다는 뜻이다. 이번 비로 사람들이 실제 받은 방사선은 수만분의 1밀리시버트에 불과했다. 병원에서 X-선 촬영을 한 번 해도 0.1밀리시버트의 방사선을 받는다. 이런 비를 평생 맞은들 아무 지장이 없다."

이명철 교수는“왜 안전하다고만 말하나?”질문에“사실이 그렇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전기병 기자 gibong@chosun.com


―말은 그렇게 하지만 선생은 비를 맞을 용의가 있나?

"오늘 우산이 없어 실제 여러 번 맞았다."

후쿠시마 원전 사태가 발생했을 때, 국내 원자력 전문가들은 입을 맞춘 듯 "우리는 안전하다"고만 했다. 이들에게서 다른 견해를 들을 수 없었다. 자신들의 전공분야를 지키려는 인상을 받았다. 아무리 객관적인 과학 분야라 해도 불확실성과 돌발상황이 있지 않은가?

"입을 맞춘 듯 보였다는 것은… 팩트 자체를 있는 그대로 말하니 그렇다. 물론 불가항력적인 사고는 있을 것이다."

―불안을 부추기는 것도 곤란하지만, 전문가들이 한결같이 '안전하다''염려 안 해도 된다'는 말도 별로 신뢰를 주지 못한다.

"일반사람들과의 이런 괴리를 어떻게 좁히는가, 여기에 고민이 있다. 하지만 전문가라면 과학적 데이터로 말할 수밖에 없다. 이를 타협하기는 어렵다."

―극미량이 있어도 '있는 것은 있는 것'이다. 없는 것이 아닌 한 무시할 수 없지 않은가?

"그런 논리라면 지금 이 순간에도 대기와 수중, 식품 중에 자연방사선은 있다. 허용량 1밀리시버트를 초과하지 않는 한 무시해도 된다."

―얼마나 많은 양의 방사능에 노출돼야 전문가들로부터 '조심해라'는 말을 들을 수 있겠나?

"현재 국내 방사능 농도는 극미량이다. 우리가 자연에서 받는 방사선의 수만분의 1 이하다. 방사능 관련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는 500밀리시버트 이상에 노출됐을 때다. 1000밀리시버트에서 구토, 전신권태, 백혈구 감소가 나타난다. 2000밀리시버트에서는 5%가 죽음에 이르는 것으로 보고됐다."

―일본의 바다 오염에 대한 불안이 있다. 방사능에 오염된 생선과 어패류를 날것이 아닌 굽거나 찌개로 먹을 때도 위험한가?

"방사성 물질은 태우거나 끓여도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다만 생선의 경우 내장을 제거한 후 요리를 하거나, 씻거나 끓이는 과정에서 일부 희석되기는 한다. 정작 중요한 것은 섭취하는 생선과 어패류의 오염 정도다. 인체로 섭취되는 방사능의 양에 달린 것이다."

―방사능 불안은 주로 암 발병에 관한 것이다. 인체에 들어가 대체 어떤 작용을 하기 때문인가?

"방사선은 세포 속 유전자에 손상을 입힌다. 이 과정에서 암세포로 발전할 수 있다. 백혈병·위암·간암·갑상선암 등이 유발된다. 평생 동안 1000밀리시버트의 방사선에 노출되었을 때 암 발생 확률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약 5% 높은 것으로 보고됐다."

―몸속에 한번 들어온 방사성 물질은 배설 등으로도 사라지지 않는가?

"인체로 유입된 방사성 물질은 땀과 대소변과 함께 몸 밖으로 배출된다. 또 몸 안에서 방사선을 내며 저절로 급속히 줄어든다. 인체에 들어온 방사성 물질이 반으로 줄어드는 데 걸리는 시간을 '유효반감기'로 한다. 방사성요오드는 4~5일, 방사성세슘은 약 70일, 플루토늄의 경우 수십년이다."

―방사성 물질 중 '방사성요오드'는 갑상선만 공격한다고 들었다. 왜 그런가?

"갑상선 호르몬을 만드는 요오드는 95% 이상이 갑상선에 모인다. 방사성요오드도 인체에 들어오면 갑상선에 자리잡는다. 그럴 경우 갑상선 세포가 암세포로 발전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 일본에서 넘어오는 방사성요오드의 수백만배 이상 높은 수치가 아니면 갑상선암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요오드가 '예방약'처럼 알려져 있는데, 어떤 작용을 하나?

"요오드가 갑상선에 자리잡고 있으면 나중에 방사성요오드가 들어와도 갑상선에 자리잡을 틈이 없다. 결국 몸 밖으로 배출되고 만다. 요오드제 한알(100mg)을 6시간 내지 하루 전에 먹으면 된다."

―다른 '방사성세슘'이나 '플루토늄'은 인체의 어느 부위에서 작용하나?

"방사성 물질은 종류에 따라 인체의 특정 장기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방사성세슘은 전신에 고루 분포하고, 플루토늄은 골격계에 주로 자리잡는다."

―방사성 물질에 오염됐을 때 치유하는 해독제는 없는가?

"몸 밖으로 빨리 배출시키는 것뿐이다. 요오드제가 그런 용도다. 현재 방사성 동위원소의 화학작용을 막아 배설시키는 치환제가 개발돼 있다."

―맥주나 커피를 마시면 효과가 있다는 설도 있던데.

"근거가 없는 얘기다."

―나이에 따라 방사능이 작용하는 정도가 다르다고 들었다.

"어린 세포와 분열 중인 세포는 방사선 감수성이 높다. 쉽게 암세포로 바뀔 수 있다는 뜻이다. 어린이는 성인 남성에 비해 2~3배쯤 방사선에 민감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방사능에 노출된 산모는 절대적으로 기형아를 낳게 되나?

"일반 산모보다 기형아를 낳을 확률은 높다. 이는 산모가 방사선에 노출되면 태아도 그렇게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임신 8주~15주 동안 태아의 각 기관이 만들어지는 세포분열이 왕성하다. 이럴 때 방사선을 받으면 손가락이나 심장 등이 비정상이 될 수 있다. 학술적으로 100밀리시버트 이하에서는 그런 사례가 보고된 적이 없다."

―대대로 유전이 될 수도 있나?

"방사선이 염색체의 유전인자에 변화를 일으키고 이 변형염색체가 후손에게 전달될 때가 있다. 하지만 방사선으로 유전결함이 생기는 빈도는 매우 적다. 사람이 평생 동안 1000밀리시버트의 방사선에 노출됐을 때 약 1% 더 유전적 결함이 발생한다. 이번 사태를 지켜보면서 모를수록 공포감이 심해진다는 걸 느꼈다. 매스컴조차 '방사성 물질''방사능' '방사선' 용어를 정확하게 모르는 것 같았다."

―어떻게 구별되나?

"방사성 물질은 방사선을 계속 방출시키는 물질이다. 우라늄·라듐·토륨 등으로 지구가 생길 때부터 있었다. 인공적인 것도 있다. 원전의 핵연료가 탈 때 만들어지는 방사성요오드·방사성세슘·방사성제논 등이다. 예를 들면 전구는 '방사성 물질'이고, 빛은 '방사선'이다. '방사능'은 방사선을 발생시키는 능력이다. 60와트 전구보다는 100와트가 더 밝은 빛을 내듯이, 그런 와트 수가 '방사능'의 세기인 셈이다."

―방사성 물질 중에는 어느 것은 무해하고 어느 것은 해롭다고 들었다.

"그렇게 말할 수 없다. 가령 수면제가 인체에 해로운가. 한두 알 복용하면 불면증 환자를 치료할 수 있지만 한 번에 수십알 복용하면 해로울 수 있다. 언제든지 과도하게 노출되면 위험한 것이다."

―소량의 방사선은 인체 노화를 늦추는 순기능도 있다는데, 검증된 학설인가?

"일본 돗토리현에 있는 한 라듐 온천의 주민을 대상으로 실험해보니 다른 지역 사람들에 비해 암 발병률이 낮게 나왔다. 소량의 방사선은 인체의 면역기능을 자극해준다는 것이다. 자연방사선의 100배쯤 되는 방사선을 매일 쬔 큰 쥐는 방사선을 맞지 않은 쥐에 비해 약 15%(100일간)나 수명이 길어졌다는 실험결과도 있다."


[찬반토론] 당국의 국내 방사능 발표, 믿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