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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물과 당신

한무영·강창래 지음|알마|244쪽|1만5000원

이른 아침부터 사방에서 비 이야기였다. 지난 7일 '빗물 박사' 한무영(55) 서울대 교수를 만나러 가는 길, 캠퍼스도 사방이 우산꽃이다. 한 교수가 소장으로 있다는 '빗물연구센터'를 찾다가 전화를 했다. 휴대폰 신호음으로 '빗속의 여인'이 흐르는가 싶더니 저쪽이 전화를 받는다. "한무영입니다." 비가 내리면 창을 열고 받아마신다는 사람이다. 그의 연구실에는 손님이 와 있었다. 브라질 빗물집수관리협회 회장인 조안 그나들링거다. 그는 한 교수를 가리켜 "물 해결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 사람이다. 배우러 왔다"고 했다.

게티이미지 멀티비츠

◆로마식 물 관리는 틀렸다

"현대 도시의 물 관리시설은 로마식 집중형입니다. 주로 강을 막아 댐을 만들고 그 댐을 통해 홍수나 가뭄을 조절하고 용수를 얻는 거죠." 한 교수는 이를 고비용, 비효율 시스템이라고 했다. "자기 땅에 내리는 비는 다 버리고 멀리서 내리는 비를 받아 가둔 물을 관을 통해 받아서 쓰는 셈이니까요."

이어지는 빗물 예찬론. 세상에서 가장 '순수한' 물이 빗물이다. 깊은 산속 옹달샘도 빗물에서 시작된다. 이 물을 받아 불순물을 가라앉힌 후 용도에 맞게 쓰면 물 문제의 상당 부분은 해결된다. 한데 모을 게 아니라 각지에서 분산해서 빗물을 받아 쓰면 홍수도 막고 상·하류 간 갈등도 없어진다. "1년간 한국에 내리는 빗물 양이 대략 1300억t입니다. 이 중 1~2%만 제대로 받아도 물 부족을 메울 수 있어요."

그는 빗물이 맛도 좋다고 했다. "작년 10월 학생들 상대로 블라인드 테스트를 해보니 수돗물 6표, 빗물로 만든 식수 23표, 병물 7표였어요." 호주에는 실제로 '구름주스(cloud juice)'란 걸 판다. 빗물을 담아 파는 병물이다.

'산성비가 숲을 죽이고 토양을 산성화한다'는 세간의 우려는? 그는 대중이 '물맹(盲)'이라고 했다. "비는 기본적으로 산성입니다. 그 산도는 우리 일상용품보다 훨씬 약해요. 샴푸만 해도 어떤 것은 산성비보다 100배쯤 강합니다."

◆'산성비' 걱정? 땅이 중화시킨다

그가 우리를 밖으로 이끌었다. 우산 없이 나가 산도(酸度) 측정 종이를 빗속에 갖다 댔다. pH5다. 7이 중성이고 그보다 낮을수록 산성, 높으면 알칼리성이다. 요리에 쓰는 식초가 3.0. 일본 하코네 온천이 2.7이다. 미 건강·의학 연구위원회 보고서에 따르면 2.5~11의 식음료는 건강에 해가 없다. "게다가 비는 땅에 떨어지면 금방 중성, 알칼리성으로 변한다"는 게 한 교수 설명이다. 빗물은 흙먼지의 양이온과 만나 중성화하거나 알칼리성으로 바뀐다. 토양엔 영향이 없다. 실제 땅에 흐르는 물에 시험지를 갖다 대보니 pH7이었다.

"산성비는 1970~80년대 유럽이나 미국 일부에서 대기 오염을 경고하는 중에 부각된 문제였어요. 하지만 이미 1997년 유엔 삼림 현황 보고서에서 '1980년대에 많은 사람들이 예언했던, 대기 오염으로 인한 유럽 삼림의 광범위한 죽음은 실제 발생하지 않았다'고 결론 내렸어요."

서울대 토목과에서 수(水) 처리를 전공한 그가 빗물에 빠진 것은 2000년 봄. 극심한 가뭄을 보고도 스스로 속수무책이라는 데 좌절했다. 그 무렵 '빗물을 모아쓰는 방법을 알려드립니다'(그물코·2004)의 저자인 일본의 무라세 마코토(村瀨誠) 박사를 만나면서 물 문제 해결의 패러다임 전환이 시작됐다.

한무영 교수

◆그의 '빗물 관리', 세상이 먼저 답했다

하지만 더 큰 스승은 우리 조상이었다. 경회루 큰 연못부터 시골 다랭이논(산비탈의 계단식논)과 둠벙(웅덩이), 제주도 사람들이 나무에서 빗물을 모으는 촘항…. 봄 가뭄과 여름 홍수가 흔한 계절풍 지역에 살면서 얻은 지혜였다. 2002년 자비(自費)로 빗물연구센터를 세우고 매년 빗물 국제 워크숍을 열었다. 2004년 설계한 광진구 주상복합건물 스타시티의 빗물 관리시설은 외국인들의 단골 견학지다. 서울대 공대 39동도 빗물로 생활용수를 댄다. 그가 동분서주한 결과 국내 47개 시·군, 이른바 '레인 시티'에서 빗물 조례를 제정했다. 국제물학회(IWA) 회지 작년 12월호는 제목을 이렇게 뽑았다. '빗물 관리: 한국이 선도한다.'

그는 '방사능비', '황사비'도 과장됐다고 말한다. "대기가 오염되면 수질도 오염된다는 생각은 피부가 검으면 맘도 그럴 거라 짐작하는 것과 같아요." 실제 수질은 대기 오염 기준보다 100만배는 넘어야 문제가 된다. 'WHO 음용수 수질 가이드라인'을 번역한 그의 설명이다. 그는 "앞으로 비가 올 때 뛰는 사람은 쉰세대, 맞으면서 여유 있게 걷는 사람은 신세대라 불릴 것"이라고 했다. 수자원공사측은 "한 교수의 빗물 관리에 대해서는 우리도 조언을 구한다"고 말했다.

책은 기획 저술가인 강창래가 묻고 한 교수가 답하는 식이다. 질문자는 일부러 악역을 맡아 '한무영의 말이 믿을 만한가' 하면서 독자 편에서 집요하게 질문 공세를 편다. 책 뒷장에는 부록으로 빗물 pH 측정 시험지까지 첨부했다. 의심나면 직접 한 번 테스트해 보란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