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털 사이트의 검색어 1위부터 10위 뉴스 중에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핵심적 사유가 담겨 있는 게 있습니까? 읽기 훈련을 안 하면 정보홍수의 물결에 떠다니는 통나무 같은 존재가 될 겁니다."

리더(Leader)는 역시 리더(Reader)였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사장 이성준)과 조선일보가 공동주최하는 '리더스 콘서트' 첫 강연자로 나선 박경철(47)씨는 읽기를 통한 '독자적 사고'의 중요성을 일사천리로 이어갔다. 지난 31일 서강대 성이냐시오관을 가득 채운 400여 청중은 한 마디라도 놓칠세라 100여분간 바짝 긴장하고 있었다.

박씨는 "여기 오는 동안 스마트폰으로 검색했더니 가장 뜨거운 화제가 가수 MC몽의 어금니였다"며 "언제까지 연예인 신변잡기로 시간을 허비해야 하는가"라고 물었다. 그는 "반드시 종이 신문을 읽기를 권한다"면서 포털로 뉴스를 접하게 되면 리비아 사태나 신정아, MC몽의 어금니가 정보의 경중(輕重) 없이 '병렬적'으로 다가오며 인식의 혼란만 가중시킨다고 했다. "종이 신문은 편집을 통해 뉴스의 중요도를 짚어주기 때문에, 스스로 사안의 무게를 가늠할 능력이 생길 때까지는 신문에 의존해야 한다"는 게 박씨의 얘기.

필명 '시골의사'로 알려진 박경철씨는 외과 전문의로 출발, 경제평론가·방송인·작가로서 다방면에서 활동 중이다. '시골의사의 아름다운 동행', '시골의사의 부자 경제학' 등을 쓴 베스트셀러 저자이자, TV 독서 프로그램에 자주 등장한 다독가(多讀家)다. 박씨는 "저는 노래방에서는 애국가밖에 아는 게 없고, 사진을 옆에 놓고도 현빈과 원빈을 여전히 구분 못하는 사람"이라며 "그럼에도 제가 이 자리에 설 수 있는 건 온전히 '읽기 습관' 덕분"이라고 말했다. 전기도 안 들어오는 산동네에 살다가 5학년 때 대구로 전학 가 느낀 문화적 충격이 아직까지 남아 있다고 했다. "놀러 간 친구 집의 방을 가득 채운 위인전, 동화집, 백과사전을 보고 이전까지 느끼지 못했던 어마어마한 '결핍'을 알았고, 이후 책과 독서는 내 갈망의 대상이 됐다"고 말했다. 중학생 때는 매일 밤 10시까지 남아 도서관의 책을 닥치는 대로 읽었다. 고교 2년 어느 봄날엔 수업을 빼먹고 학교 옥상에서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읽다가 적발돼 체벌을 당하며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맞았다'를 복창하기도 했다"고 했다.

'시골의사' 박경철씨가 31일 서강대에서 읽기의 즐거움과 중요성을 강연하고 있다.

박씨는 읽기(공부)에 대한 인류의 말 중 핵심을 관통하는 것은 '논어' 위정(爲政)편에 나오는 '학이불사즉망, 사이불학즉태(學而不思則罔, 思而不學則殆)'인 듯하다고 했다. '배우기만 하고 생각하지 않으면 얻음이 없고, 생각하기만 하고 배우지 않으면 위태롭다'는 뜻. 쉼 없이 책을 읽되 '비판적 분석'과 '통찰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저자의 사상과, 저자와, 텍스트 너머의 텍스트를 읽어야 합니다."

청중들은 예정 시간을 넘긴 박씨에게 물어볼 게 많은 듯했다. 아침마다 신문을 정독하고 있다는 이태우(서강대 중국문학과 2년)씨는 "책을 통해 생각을 바꾸고, 실천으로 옮기고, 세상을 변화시키라는 말이 크게 와닿았다"고 말했다.

두 번째 '리더스 콘서트'는 한국홍보전문가 서경덕씨의 강연으로, 오늘(4월 1일) 서울대에서 열린다. 문의 02-2001-777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