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1일 동(東)일본 지진 때 발생한 후쿠시마 원전사고로 우리나라에도 불안감이 일고 있지만, 우리 정부가 체계적으로 이번 사고를 파악하는 시스템이 전혀 마련돼 있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번 사고로 우리나라가 가장 큰 영향을 받을 수 있는데도 지진이 발생한 지 20일이 넘도록 단 1명의 전문가도 일본 현지에 보내지 못한 것은 물론 일본 정부로부터 이와 관련된 정보를 신속하게 전달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31일 우리나라와는 달리 미국프랑스가 후쿠시마 원전사고 수습에 전문가를 참여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자 "사건 발생 초기부터 주일 한국 대사관을 통해 전문가를 파견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교육과학기술부의 손재영 원자력국장은 "외교부가 일본 정부의 원전사고 수습에 우리나라 전문가 파견이 가능한지를 일본 측과 협의하고 있다"고 했다.

정부는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발생한 후, 각 부처가 참여하는 '정부합동안전점검단'을 만들어 우리나라 원전에 대한 안전성 점검을 시작했다. 고리 원자력 발전소를 비롯해 주요 시설에 대해서 지진 등 비상사태가 발생했을 때를 대비한 점검을 하고 있다.

하지만 매일 상황이 호전되지 않고 있는 일본 원전사고에 대한 현황 파악은 '원자력안전기술원(KINS)'에만 맡겨놓고 있을 뿐 정부 차원의 대응은 없는 상태다. 31일 교육과학기술부 원자력국도 이 문제에 대해서는 크게 신경을 쓰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외교부도 원자력 문제를 담당하는 다자외교조정관실 관계자들이 30일 대전의 원자력연구소를 방문한 것이 지금까지 활동의 전부다.

더욱이 KINS는 일본의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사고와 관련된 1차 정보를 실시간으로 입수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KINS는 매일 고감도 방사능감지장치를 통해 일본에서 방사능이 한국으로 건너오는지를 검사하고 있지만, 일본에서 전달받는 현지 정보가 부족해 정확한 실태 파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KINS는 일본 측으로부터 공개적으로 자료를 전달받는 것이 아니라 우리 과학자들이 평소에 쌓아둔 인맥 등을 활용, 비공식적으로 관련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고 한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후쿠시마 원전사고는 우리 정부가 앞으로 원전을 추가로 건설할 때 귀중한 자료가 될 수 있지만, 언론 등을 통해 이차적으로 정보를 입수하는 것이 많다"고 했다. 총리실의 고위 관계자는 "일본이 워낙 자존심이 세기 때문에 우리측 전문가를 받아들이려 하지 않아 설득이 쉽지 않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