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사용할 상당수 일본 중학교 교과서에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이 강화된 내용이 담길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문부과학성은 조만간 각 출판사가 제출한 중학교 교과서 내용에 대한 검정회의를 가진 뒤 결과를 오는 30일 발표할 예정이다.

3월 11일 일본을 강타한 대지진 이후 우리 국민은 너나없이 가장 가까운 이웃 나라가 겪는 불행과 고통을 함께 아파하면서, 우리 힘이 닿는 대로 도울 수 있는 길을 찾고 있다. 교회·성당·사찰에는 일본 지진 피해자를 돕기 위한 성금함이 마련돼 있고, 어린 학생들까지 저금통을 털기도 한다.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조차 매주 수요일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서 갖던 항의 집회 대신 추모 집회를 갖고 성금 모으기 행사에 동참했다. 한·일 근대사 100년 만에 처음 보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26일까지 집계된 일본 지진 성금액은 213억원으로 미국 카트리나 재해 때의 193억원 기록을 넘어섰다. 주한 일본대사는 "한국 국민이 보여준 진심 어린 우정과 따뜻한 마음에 감사한다"는 뜻을 여러 차례 밝혔다.

양국의 뜻있는 인사들은 한·일 간에 모처럼 마련된 이런 분위기가 두 나라 관계를 진정한 이웃으로 끌어올리는 기회가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함께 나눴다. 새로운 동북아 질서 속에서 두 나라 사이의 협력 관계가 한 차원 더 높아지는 것이 양국 모두에게 더욱 절실해지고 있기도 하다.

그런데 일본 교과서 검정 문제가 하필이면 이런 시점에 다시 불거졌다. 불에 뜨겁게 달군 유리그릇을 갑자기 찬물에 집어넣으면 그릇이 깨질 수 있듯이 양국 관계는 더 깊은 금이 가는 상황을 염려해야 할 판이 됐다. 일본 정부는 이번에 검정을 받는 교과서들은 2008년 7월에 나온 지침에 따라 각 출판사가 3년여에 걸쳐 준비한 것 등 여러 이유를 대고 있다. 아무리 매뉴얼(교본) 따라 움직이는 일본 정부라 하더라도 양국 관계를 걱정하며 조금이라도 파장(波長)을 줄이려는 노력을 했더라면 교과서 검정 시기를 올해만이라도 뒤로 늦추는 등 다른 선택이 가능했을 것이다.

1970년대만 해도 일본 보통사람들은 독도라는 영토문제가 한·일 두 나라 사이에 존재하는지조차 몰랐었다. 그러나 일본 내 우익 세력들이 시빗거리를 만들고, 여기에 분개한 우리 여론이 정부를 몰아붙여 확대 반응하는 악순환이 되풀이되면서 이제는 일본 우익들의 의도대로 일본의 어린 학생들이 교과서에서 독도 문제를 배우게 된 것이다. 우리도 외교 전략 운용과 국내 여론의 관계를 다시 생각해 봐야 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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