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고(故) 김성재의 사망 원인을 밝혀내고, 진해거담제의 환각 효과를 입증했으며, 대한민국 최초로 소변과 머리카락에서 마약을 추출해낸 사람,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정희선 원장이다. '싸늘하게 식어버린 시신에서 죽음의 원인을 밝히는 일을 여성이 버티겠는가'라는 편견을 깨고 원장이 됐다. EBS TV '직업의 세계―일인자'는 28일 밤 10시 40분 '과학으로 밝히는 진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장, 정희선' 1부를 방송한다. 오전 8시, 시체를 태운 구급차와 살인·강도·강간 등 특수범죄자를 찾는 단서가 될 증거품이 국과수로 밀려든다. 1978년부터 33년간 정 원장의 아침은 이렇게 시작됐다. 국과수는 법의학과·유전자감식센터·마약분석과·교통공학과 등 총 9개 과로 구성되어 있다. 이곳 연구원들은 일반인은 평생 한 번 접하기도 어려운 칼·핏자국·마약 등을 매일 접한다.
국내에 마약사범이 등장한 것은 1980년대다. 정 원장은 그보다 먼저 마약사범을 찾아내기 위한 과학수사법을 연구했다. 결국 그는 소변과 머리카락에서 마약을 추출해 마약 투여 여부를 알 수 있는 검사법을 개발했다. 가래를 삭인다는 '진해거담제'에 환각 효과가 있다는 것을 밝혀내고, 5년의 노력 끝에 금지 약품 지정에도 성공했다. 특유의 사명감과 끈기로 남들보다 한발 앞선 그의 연구 덕분이다. 대한민국 마약수사의 역사는 정 원장의 삶 그 자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