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7시 반, 막 잠에서 깬 한치헌(경기 성남서중 2)군은 베게 밑으로 손을 넣는다. 손에 잡히는 것은 한 권의 노트와 볼펜. 매일 헝클어진 머리와 부은 눈 그대로 앉아 글을 쓴다. 주제도 제멋대로다. 그저 머릿속에 스쳐가는 생각을 잡아 줄줄 써내려갈 뿐이다. 한군이 남과 다른 '특별한 아침'을 맞기는 6개월째. 수줍음이 많던 1학기와 달리, 발표도 곧잘 할 만큼 적극적인 성격으로 변했다. 성적도 올랐다. 바로 담임 김연주 교사가 소개한 '모닝페이지(Morning Page)' 덕분이다.

◆모닝페이지? 창조성 일깨우기 위한 ‘두뇌의 배수로’

모닝페이지는 미국에서 창조성 전문가로 불리는 줄리아 카메론의 저서 ‘아티스트웨이’를 통해 널리 알려졌다. 모닝페이지는 기상 직후 무의식의 흐름에 따라 약 3쪽 정도 글을 쓰는 활동을 말한다. 자신을 억압하는 이성과 외부의 평가에 벗어나 마음대로, 자유롭게 글을 써내려가는 것이 핵심이다. 이를 습관화하면 감춰진 ‘창조성’을 이끌어 낼 수 있다는 것이 저자의 설명이다.

2008년 초 책을 통해 모닝페이지를 접한 김 교사는 무릎을 탁 쳤다.

"자신의 생각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모닝페이지야말로 ‘창조성’을 중시하는 현 교육의 경향과도 일치한다고 생각했어요. 아이들에게 변화가 있을 거라 예상했죠.”

성인을 대상으로 한 모닝페이지 모임에 적극적으로 참가하며 관련 지식과 노하우를 습득한 김 교사는 2009년부터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학기마다 ‘모닝페이지 모임’ 공고를 냈다. 대상은 학교에 흥미를 못 붙이거나 진로에 관심이 많은 중·하위권 학생들. 매일 모닝페이지를 쓰되, 12주 동안 일주일에 한 번씩 방과 후 교실에 모여 김 교사의 진행에 따라 모임에 참여한다는 조건이었다. 10명 내외의 학생들은 김 교사가 만든 〈아티스트웨이〉 요약자료에 따라 과거의 자신의 모습, 자신의 장점과 단점, 스스로 생각하는 자기 모습 등을 함께 토론하고 발표했다.

◆모닝페이지는 ‘생각의 옹알이’… 모임이나 블로그 운영 등 훈련 필요해

김 교사의 예상은 적중했다. 학생들은 12주가 지나자 놀랄 정도로 달라졌다. 박준성(경기 성남서중 2)군은 “아침이 가뿐해졌다. 눈뜨자마자 해야 할 일이 있으니 아침잠이 줄고 부지런해졌다”고 했다. 졸업생 장두호(경기 풍생고 2)군은 “일기는 자기반성이나 자책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모닝페이지는 무의식의 흐름을 따라가기 때문에 부담이 적고 자유로웠다”고 말했다. 초반에 친구들의 욕으로만 페이지를 채웠던 박건희(경기 성일고 1)군은 “차차 진로와 미래에 대한 고민과 계획을 쓰는 나의 변화에 놀랐다”고 전했다. 김 교사는 “모닝페이지와 모임을 통해 학생들이 상대방에 대한 이해와 공감, 배려심이 높아졌다. 이는 자연히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경청하는 습관으로 이어지고 수업시간에 집중력도 좋아진다”고 귀띔했다.

그러나 모닝페이지를 쓴다고 단박에 변화를 기대하는 것은 금물. 송숙희 아이디어바이러스 대표(‘모닝페이지로 자서전 쓰기’의 저자)는 “모닝페이지는 잠재돼 있는 창조적인 생각을 활성화한 ‘옹알이’에 불과하다. 이를 바탕으로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어내려면, 모임이나 모닝페이지에 기반한 글쓰기 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송 대표가 추천하는 것은 블로그 글쓰기. 모닝페이지로 기른 창조성과 생각을 블로그 운영을 통해 발휘하는 것이다. 블로그 메뉴를 세분화해 추가적으로 다양한 내용의 글을 쓰면, 논술이나 발표 등에서 자신의 의견을 좀 더 정확히 표현할 수 있는 바탕이 된다. 자신의 ‘포트폴리오’로도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모닝페이지, 어떻게 쓰지?

- 모닝페이지는 내용의 제한이 없다
모닝페이지 작성에 특별한 원칙이나 방법은 없다. 어떤 내용도 상관없다. 글감이 없으면 '쓸 것이 없다'는 말로 채워도 좋다.

- 써 놓은 모닝페이지를 최소 8주간 읽지 않는다
다음 날 모닝페이지 작성에 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에 최대한 자신의 의식의 흐름을 쏟아내는 데만 집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