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남쪽 이바라키에서 재배된 시금치에서 일본 허용기준치의 27배(국내 허용치의 180배)에 달하는 요오드가 검출됐다. 이 시금치를 50g씩 1년간 매일 섭취하면 CT 촬영을 3번 한 만큼 방사선에 노출된다. 안심할 수치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과민하게 반응할 수준도 아니다. 그런데도 간 나오토 일본 총리는 "후쿠시마 잎채소는 먹지 말라"고 했다. 일본산 식품 수입량이 미미한 미국의 식품의약품안전청(FDA)도 22일 방사능 피해지역에서 생산된 채소·과일·우유·유제품의 수입을 금지시키는 조치를 취했다. 식품의 방사능 오염이 그만큼 민감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작년에 국내에 들어온 수입 식품류 신고건수 29만4000건 가운데 일본에서 들여온 것이 15.8%를 차지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은 지난 14일부터 일본산 신선 채소·과일에 대해, 19일부터는 된장 등 가공식품까지 일본 식품에 대한 전수(全數) 검사를 하고 있다.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수산물이다. 작년에 일본에서 생태 1만6000t, 냉동명태 1만5000t을 들여왔다. 국립수산물품질검사원은 14일부터 후쿠시마·미야기·아오모리·이와테 등 4개 현(縣)에서 수입한 수산물에 대해선 전체 물량을, 다른 지역 수산물은 1주 1회씩 방사능 검사를 하고 있다. 물고기는 먹이·수온에 따라 넓은 범위로 이동하는 만큼 다른 지역 수산물도 검사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기저귀·장난감 같은 어린이용품은 공산품이더라도 소비자에게 주는 심리적 불안감이 큰 점을 감안해 샘플 조사 방식으로라도 자주 점검해봐야 한다.

국내에는 방사선 계측 장비가 많이 부족하다. 고(高)순도 검출기는 25대밖에 없고, 신속한 예비검사에 필요한 휴대장비도 이제서야 미국에 주문했다고 한다. 필요 장비를 서둘러 갖추면서 일본산 식품을 들여올 때는 방사능 오염이 없는 지역에서 나온 것이라는 일본 정부 증명서나 방사능 검사 결과를 제출토록 하는 방안도 생각해볼 일이다.

일본산 식품의 방사능 오염을 가볍게 봐서도 안 되지만 지나치게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도 좋지 않다. 정부는 국민에게 방사능 오염이 어떤 것이고 피해를 막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상세하게 설명해 지나친 불안감은 피하면서도 경각심은 유지하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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