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22일 "리비아 핵 포기 방식이란 바로 안전 담보와 관계 개선이라는 사탕발림으로 상대를 얼러 넘겨 무장해제를 성사시킨 다음 군사적으로 덮치는 침략 방식이라는 것이 드러났다"며 "우리가 선택한 선군(先軍)의 길은 천만번 정당하고 그 길에서 마련된 자위(自衛)적 국방력은 조선반도에서 전쟁을 막고 평화와 안정을 수호하는 더없이 소중한 억제력으로 되고 있다"고 말했다.

리비아 사태의 원인과 결과를 이렇게 거꾸로 읽다니 어이가 없다. 리비아 사태의 발단(發端)은 카다피와 그 가족과 그네들 부족(部族)들이 40년째 나라를 주무르는 것을 참다못한 주민들이 들고일어나자, 카다피가 봉기(蜂起)한 제 나라 시민들을 향해 전투기와 대포로 폭격하는 야만(野蠻)적인 진압에 나선 데서 비롯된 것이다. 미국, 영국, 프랑스 등은 리비아 군대가 리비아 국민을 공중 폭격하는 참상(慘狀)을 방치하다시피 하다 분노한 전 세계 여론에 밀려 마지못해 리비아 군대의 시민학살을 저지하려고 나섰다. 그런데 북한은 다국적군이 핵(核)을 벗어던진 리비아를 만만하게 여겨 공격한 것을 보더라도 핵 무장을 기본 뼈대로 하는 선군 정치가 옳다는 점이 증명됐다는 것이다.

김일성·김정일로 이어진 김씨 족벌체제는 60년을 넘기고 이제 3대째 세습을 준비하면서 북한을 세계에서 단 하나뿐인 수용소 국가로 만들고 있다. 대한민국 국민은 물론이고 세계도 김정일 부자(父子)는 만일 주민들이 반(反)정부 시위를 벌인다면 전투기뿐 아니라 탱크까지 동원한 살육(殺戮)에 나설 사람들이라며 북한의 앞날을 걱정하고 있다.

독재자가 자기 국민을 향해 반(反)인권적인 범죄를 저지를 경우 국제사회가 국가를 대신해 그 국가 국민 보호에 나선다는 원칙은 2005년 유엔 세계 정상회의에서 채택됐고, 이번 리비아에 처음 적용됐다. 한 나라의 인권 탄압을 '내정(內政) 문제'라는 핑계로 방치할 수 없게 된 것이다.

북한이 이런 세계사적 흐름에서 언제까지나 예외로 남을 수는 없다. 그래서 김정일 부자가 리비아 사태를 통해 주민들을 종 다루듯 해선 큰일이 나겠구나라는 교훈을 얻지 않을까 하고 한편으로 기대를 품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북한은 인권(人權)의 중요성을 새기기는커녕 핵(核)을 포기해서 리비아가 저 꼴이 됐다는 교훈을 얻었다니 북한 주민의 앞날이 더 암담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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