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타르가 다목적 전투기 미라주2000 4대를 리비아에 투입할 것으로 20일 알려졌다. 아랍국가들은 리비아에 대한 비행금지구역 설정을 유엔에 요청했지만 막상 연합군이 리비아 공습을 단행하자 "우리가 원한 것은 리비아 국민에 대한 보호지, 폭격이 아니다"라며 반발하고 있다. 그런 와중에 카타르가 아랍 국가 중에서는 처음으로 연합군의 군사작전에 참여하기로 한 것이다.

◆알자지라, 리비아 반군측 옹호

카타르는 올 초 튀니지에서 시작된 중동혁명 초기부터 다른 아랍 국가들과 달리 반정부 시위대를 지지했다. 이집트 무바라크 전 대통령이 물러난 직후엔 "카타르 정부는 이집트 국민의 선택을 존중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카타르 국왕이 최대주주인 아랍권 보도채널인 알자지라는 튀니지, 이집트 혁명에 이어 리비아 사태 때도 시민들의 편에 섰다. 알자지라는 리비아 사태를 보도하면서 정부군에 의해 살해된 시민들을 '순교자'로 표현했고, 연합군의 공습은 '서구의 군사작전'이라는 중립적인 표현을 사용했다.

알자지라는 그동안 오사마 빈라덴의 인터뷰를 독점 중계하거나 이라크전에서 겁에 질린 미군 병사의 모습을 방영하는 등 미국을 곤혹스럽게 했다. 그러나 최근 달라진 보도 방향과 관련, 파이낸셜타임스(FT)는 "연합군측은 아랍권의 전투기 몇대보다 훨씬 강력한 무기인 알자지라 방송을 동맹군으로 확보했다"고 전했다.

◆서방과의 결속 강화해 중동 입지 다지려는 듯

카타르는 우리나라 경기도보다 약간 큰 1만1600㎢의 면적에 인구는 외국인을 포함해 약 169만명에 불과하다. 하지만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8만달러에 달해 세계 최고 수준이다. 오는 2022년엔 아랍국가 최초로 월드컵을 개최한다.

카타르가 이 같은 수준의 부를 일굴 수 있었던 것은 지난 1995년 셰이크 하마드 국왕 취임 이후 친(親)서방 정책을 강화해왔기 때문이다. 하마드 국왕은 서구 정유회사들을 자국의 가스 개발사업에 참여시키고, 카타르금융센터(QFC)에 미국 월스트리트 등지에서 일하는 최고 인재들을 유치했다.

미국과의 관계에도 각별히 신경을 썼다. 걸프전 때는 자국의 알 우데이드 공군기지를 미군의 중부사령부 지휘소로 사용하게 했고, 지난 2005년엔 미국과의 관계 경색을 우려해 알자지라 매각을 고려하기도 했었다.

반면 주변 국가들과는 사이가 좋지 않은 편이다. 아랍권 지도자들은 자신들의 비리를 주요 보도 소재로 삼는 알자지라를 눈엣가시로 여긴다. 이웃한 사우디아라비아와 바레인과는 국경 분쟁 때문에 오랫동안 갈등을 빚어왔다.

카타르가 리비아 군사개입을 결정하고, 알자지라가 서방과 리비아 반정부군에 우호적인 보도를 하는 것은 카타르가 서방과의 결속을 다져 중동에서 자신의 입지를 강화하기 위한 포석이 아니겠느냐는 분석이 나온다.

FT는 "미국, 영국, 프랑스는 이번 공습이 이전의 이슬람 국가에 대한 군사개입과 달리, 아랍권의 요구에 의한 것이란 점을 강조하기 위해 '적법성'을 확보하는 데 혈안이 돼 있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카타르의 군사 개입은 연합군의 아킬레스건을 방패로 막아준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