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은 17일 안상수 한나라당 대표와의 조찬 회동에서 "국책 사업을 놓고 여(與)·야(野)가 아니라 여(與)·여(與)가 갈등하고 있어 문제"라면서 "차분히 논리를 가지고 따져야지 유치(誘致)전쟁하듯이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대통령이 말한 '여당끼리 유치 전쟁하듯 싸우는 문제'는 동남권 신공항 사업이다.

신공항 부지를 놓고 여당 텃밭인 영남 정치권이 '부산 가덕도'를 미는 쪽과 '경남 밀양'을 미는 쪽으로 나뉘어 패싸움을 벌인지가 벌써 반 년째이고, 올해 초부터는 그 불씨가 중앙무대로까지 옮겨 붙었다. 대통령이 '국책 사업을 놓고 여당 내에서 정치 싸움을 하면 안 된다'는 경고를 보낸 것도 벌써 여러 차례다.

정부는 당초 이달 말까지 가덕도와 밀양 중 어느 쪽이 신공항 입지로 더 적절한지 결정한다는 방침이었다. 그러나 대통령은 지난달 말 기자간담회에서 "(신공항 문제가) 금년 상반기 중에 정리될 것"이라며 결정을 3개월가량 늦추겠다는 뜻을 비쳤다.

대통령은 신공항 입지는 과학적 조사를 거쳐 경제논리로 결정돼야 하는 만큼 정치적 힘겨루기가 조금은 잦아들기를 기다리겠다는 생각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기대와는 달리 여권 내에선 '신공항 원점 재검토론' '김해공항 확장론' 같은 새로운 주장이 나오고, 이런 주장에 대해 가덕도와 밀양을 각각 지지하는 세력이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당 내 싸움은 전선(戰線)이 3중, 4중으로 더 꼬여만 가고 있다.

이 대통령은 2007년 대선 공약집에서 "동남권에 새 공항을 만들어 인구 및 물류 이동에 전기(轉機)를 만들겠다"고 약속했었다. 대통령은 신공항 입지를 둘러싸고 여당 내에서 논란을 벌이지 말라고 할 게 아니라, 2년 반 전 자신의 약속에 대한 분명한 입장을 밝혀 그 논란에 마침표를 찍어야 한다. 대통령은 새 공항 입지를 결정하는 방안과 기존 김해공항을 확장하는 대안(代案) 중에서 하나를 선택하거나, 공약을 지키기 힘들어졌다면 솔직하게 그 이유를 밝히고 해당 지역 주민들에게 양해를 구해야 한다.

시간을 끈다고 뾰족한 수가 튀어나올 일도 아니다. 대통령 스스로 정치적 부담 때문에 결정을 차일피일 미루면서 총선을 1년 앞둔 여당 정치인들에게 "왜 국책사업 문제를 정치적으로 접근하느냐"고 호통을 쳐 본들 영(令)이 설 리도 없다.

[오늘의 사설]
[사설] 국내 原電, '안전감시 기구'를 따로 떼어내라
[사설] 유학생·주재원 안전 대비책 마련해둬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