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는 사설 감정업체의 필적(筆跡) 감정을 근거로 지난 6일 "고(故) 장자연씨 친필 편지 50통을 입수했다"고 보도한 뒤 무리한 보도를 이어갔다.

SBS는 첫 보도 당시 '고 장자연씨 자필 편지 50통 입수, 31명 접대', '그들은 악마… 내가 죽더라도 복수해 달라' 등의 선정적 제목으로 총 3건의 기사를 4분 40초 정도 내보냈다. 이날 SBS 뉴스 중 가장 많은 시간을 배정한 것이다. 이후 8시 메인 뉴스에서만 5일 연속으로 장자연씨 편지 관련 기사를 총 10건 보도했다. 'SBS 생활경제' '12시 뉴스' '뉴스퍼레이드' '나이트라인', 연예전문 프로그램인 '한밤의 TV연예'까지 동원해 10일간 총 30여 차례 장자연씨 편지 관련 보도를 쏟아냈다.

지난 6일 SBS가‘故장자연 편지 단독입수’라는 제목으로 보도한 영상에서 앵커가 장씨와 장씨가 썼다는 편지를 배경으로 뉴스 내용을 소개하고 있다. 그러나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16일 오전 이‘장자연 편지’의 필적이 장씨의 필적과 다르다는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경찰이 전모(31)씨가 수감된 광주교도소를 압수수색해 "편지봉투가 조작된 흔적이 있다"고 발표하자, SBS는 전씨를 비호하는 듯한 내용의 기사도 내보냈다. 경찰이 지난 10일 "편지 봉투의 우체국 소인을 오려낸 흔적이 있다"고 발표하자 SBS는"연예인인 장자연씨의 신분이 노출되지 않도록 애쓴 흔적"이라고 보도했다.

16일 국과수의 발표로 오보라는 사실이 확인되자 SBS는 '8시 뉴스' 프로그램에서 8시 41분부터 약 2분 22초가량 관련 뉴스를 내보냈다. SBS는 '8시 뉴스' 앵커 멘트를 통해 "나름대로 충실한 확인 과정을 거쳐 보도했지만, 국과수가 장씨의 필적이 아니라고 판정한 만큼 일단 이 결론을 수용하기로 했다"면서 "결과적으로 사실과 다른 보도를 한데 대해 시청자께 사과드리며 보도 경위를 전해드리겠다"고 밝혔다.

이어 지난 6일 첫 보도를 했던 기자가 나서 "(취재 과정에서) 수형자가 편지 230쪽을 고인(장자연씨)과 유사한 필적으로 위조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기존의 주장을 되풀이했다.

국과수의 발표에 대해선 "수사기관이 아닌 언론사로서의 한계 때문에 국과수의 감정 결과를 일단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면서 어쩔 수 없이 수긍한다는 인상을 풍겼다. 이어 "편지의 진위 여부와는 별개로 여전히 풀리지 않는 장씨 사건의 실체를 규명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김은미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SBS가 취재 과정에서 기본적인 사실확인·검증작업을 거치지 않고 대중의 관심을 끌기 위해 '한 건 터트려야 한다'는 압박 속에 성급하게 오보를 내보낸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