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3000만 일본 국민이 일본 동부를 덮친 진도 9.0의 대지진과 뒤따른 대해일(海溢), 그리고 원전 폭발사고가 겹치면서 방사능 오염의 공포로까지 내몰리고 있다. 그 고통을 조금이라도 나눠 지겠다는 행렬에 종교 단체, 기업, 한류(韓流) 스타는 물론 일반 국민까지 동참하고 있다. 보편적인 인류애(人類愛)로 보나 이웃 나라의 도리로 보나 당연한 일이다.

2005년 8월 말 허리케인 카트리나미국 남동부를 폐허로 만들었을 때, 우리나라는 국무총리 주재 장관회의를 열어 정부 500만달러, 민간이 2500만달러씩 모으는 민관(民官) 합동 지원안을 마련했다. 그렇게 모은 성금을 아버지 부시와 클린턴, 두 전직 대통령에게 전달했다. 우리 성금액은 쿠웨이트·아랍에미리트연합·카타르 등 중동 3개 국가에 이어 세계 네 번째 규모였다. 오랜 친구가 어려울 때 내민 손을 맞잡으면서 노무현 정부 내내 삐걱대던 두 나라 동맹(同盟) 관계도 최악의 국면을 벗어나는 계기가 됐다.

카트리나 인명피해가 1800명이었고, 물적 손실은 800억달러(80조원)였다. 일본 대지진으로 인한 인명피해는 1만명을 넘고, 손실액은 수백조원도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국민소득 4만달러 부자나라가 먹을 것, 마실 것, 입을 것, 덮을 것이 없어 애를 태울 정도의 재난이다. 그래서 일본 대지진에 대한 지원은 전례(前例)를 참고 삼는 식의 발상(發想)을 뛰어넘을 필요가 있다.

우리는 지금 G20 공동 회원국으로서 일본과 머리를 맞댈 정도로 성장했다. 중국의 부상으로 재편되고 있는 동북아 질서는 한·일 관계 역시 피해자·가해자라는 과거의 도식을 벗어나 더 성숙한 협력적 파트너로 업그레이드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몸과 마음이 지칠 대로 지친 일본 국민을 도울 파격적 발상의 지원책을 짜내기 위해 정부와 민간이 머리를 맞댈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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