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노현 교육감의 무상급식 공약을 이행한다고 낡은 학교시설을 고치는 예산까지 줄였던 서울시교육청이 교육감·부교육감용 관사(官舍)를 새로 마련하기 위해 엊그제 관련조례안을 입법예고했다. 민주당이 다수당인 서울시의회는 작년 말 서울교육청의 무상급식 지원 예산 695억원을 민주당 의원들만의 찬성으로 통과시키더니 이번엔 의원들마다 한 명씩 유급보좌관을 두는 데 쓸 예산 14억5000만원을 확보했다.

교육청 관사는 관선(官選) 교육감 시절 지방으로 발령된 교육감을 위한 시설이었다. 그래서 서울교육청은 55년간 관사 없이도 잘 지내왔다. 조례안은 "21세기 교육정책 수행에 국가 간 상호교류의 중요성이 부각됨에 따라 국내외 인사를 초청하는 의전행사 등이 필요하고, 교육감과 부교육감에 대한 취약한 보안관리를 강화하기 위하여" 관사를 신설한다고 설명해놓았다.

첫 번째 이유인 '국제화'를 위해 관사가 필요하다면 기왕에 있던 관사를 팔아 살림에 보탠 대구·대전 교육청이나, 관사를 영어 원어민교사 숙소로 쓰고 있는 충북교육청 같은 곳은 시대 흐름을 거스르는 우물 안 개구리들이라는 말밖에 안 된다. 두 번째 이유인 보안관리 강화란 것은 그게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교육청 설명으로는 밖에서 손님을 만나면 일정이 노출돼 보안상 문제가 있다는 것인데, 교육감을 대통령이나 무슨 정보기관 수장쯤 되는 자리로 여기지 않고서는 하기 힘든 말이다. 곽 교육감은 무상급식을 하겠다고 아이들이 쓰는 낙후한 교실·화장실 보수 예산을 1850억원이나 줄여놓은 사람이다. 그렇게 해서 이뤄지고 있는 무상급식에 대해 학부모와 학생들 사이에 벌써 반찬 등 식사 내용이 부실해졌다는 불평이 나오고 있다. 사정이 이런데 교육감 자신은 새집에 들어가겠다고 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교육청과 죽이 척척 맞는 서울시의회는 지방자치법상 지방의원이 유급보좌관을 둘 근거가 없는데도 '정책보조원'이라는 이름으로 시의원 114명 전원에게 보좌관을 붙일 예산을 짰다. 2007년부터 작년까지는 '의원실 파견 연구원'이라는 유급보좌관을 써오다 감사원이 그걸 못하게 하자 이번에 또 다른 꾀를 낸 것이다. 서울시 교육청과 시의회가 시민들이 허리가 휘게 일해서 낸 세금을 자기들 입맛대로 써대는 모습을 보면서 이런 꼴 보려고 지방자치를 시작했나 하는 회의까지 갖게 된다.

[오늘의 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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