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와 함께 북한을 탈출하다가 부모를 잃거나, 탈북한 여성이 제3국, 대부분 중국인 남성과 맺어져 태어나 버림받은 아이 2만명이 해외를 떠돌고 있다고 한다. 이 가운데 한국에 들어와 '무연고 북한 이탈 청소년'으로 인정받아 교육과 의료 혜택을 받는 아이들은 고작 100명 안팎이다. 북한과 한국, 그리고 아버지의 나라인 제3국 어느 누구도 이들을 돌보려 하지 않고 있다. 미국 의회에서 갈 곳 없는 탈북고아들을 미국이 받아들이자는 취지의 '탈북고아 입양법안'을 2년 연속 발의하고 나섰다는 소식이 있다. 전쟁고아로 미국에 입양됐던 66세의 한상만씨가 "탈북고아도 나처럼 좋은 미국 부모를 만나게 하는 게 나의 사명"이라면서 재단을 만들어 탈북고아 미국 입양운동을 벌이고 있다.

북한은 배고픔을 참지 못해 압록강과 두만강을 건넌 탈북자들을 잡아다 수용소로 보내고 있다. 북한 땅에는 꽃제비라는 구걸하는 청소년들이 널려 있다. 그런 북한이 만주 땅에 내팽개쳐진 탈북고아 구호에 털끝만한 관심을 보일 리 없다. 탈북자들을 잡아다 북한 관헌에게 넘겨주는 제3국에 탈북고아들에 대한 애정을 기대하는 것 역시 터무니없는 바람이다. 지구 상에 이들을 거둬들여 밥을 먹이고 교육을 시켜야 한다는 생각을 할 수 있고, 해야 하는 나라는 대한민국밖에 없다.

그런데도 정부는 해외를 떠도는 탈북고아들의 실태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고 국회도 마찬가지다. 지금 국회에선 탈북자를 도우려는 취지로 발의된 북한인권법안이 "북한을 자극해선 안 된다"는 궤변에 밀려 6년째 잠을 자고 있다. 6·25 이래 전쟁고아를 포함해 우리 아이 20만명이 해외로 입양됐고, 이 중 절반이 미국으로 갔다. 6·25 전쟁고아도 모자라 탈북고아마저 국제사회에 떠맡긴다면 대한민국이 어떻게 낯을 들 수 있겠는가. 누가 한반도의 주인인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정부와 국회는 탈북자를 돕는 민간단체나 국제기구들과 협력해 중국과 동남아를 떠도는 탈북고아들의 실태부터 하루속히 파악해야 한다. 중국 아버지에게 버려진 탈북여성의 아이들 역시 한국으로 데려오거나 제3국에서라도 보살필 수 있는 방안들을 진지하게 찾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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