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4일 경남 사천한국항공우주산업(KAI) 항공기 최종 조립공장. 축구장 2배 크기인 약 2만1600㎡(약 6500평) 공장 정면엔 태극기와 인도네시아 국기가 나란히 걸려 있었다. 지난달 15일 사천을 찾아온 인도네시아 대통령 특사단을 맞이하기 위해 걸었던 두 나라 국기(國旗)다. 그 아래에서 경(輕)공격기인 TA-50 10여대 조립 작업이 한창이었다. TA-50은 우리나라가 인도네시아에 수출하려는 초음속 고등훈련기 T-50에 레이더와 각종 공격 무기를 탑재한 개량형 모델이다.

T-50 해외 수주전 승률 0%의 굴욕

T-50은 범정부 차원에서 10년간 2조원을 투자해 2006년 개발에 성공했다. 당시 2030년까지 최소 800대를 수출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명박 대통령도 원자력발전소와 함께 T-50 수출을 직접 챙겼다.

그러나 현재까지 T-50의 수출 성적표는 참담하다. 2009년 2월 50대 규모의 UAE 고등 훈련기 수주전에서 이탈리아의 M-346에 패했다. 지난해 싱가포르이탈리아의 M-346을 우선협상대상으로 선정했다. 현재로선 인도네시아 수출에 희망을 걸고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고성능 집착하다 가격 경쟁력 상실

T-50 수출 실패 원인을 따져 들어가면 한국 방위산업의 약점이 드러난다. 먼저 고(高)성능에 집착하다 가격 경쟁력을 잃었다. T-50의 수출 가격은 1대당 2500만달러 내외. 경쟁 기종인 이탈리아 M-346 등과 비교해 10~20% 정도 비싸다. 항공산업의 한 관계자는 "T-50 같은 한국산 무기를 수입하려는 나라가 대부분 개발도상국인 점을 감안하면, 비싼 가격은 큰 단점"이라고 말했다.

외국이 요구하는 기술을 외면하고, 한국군 중심으로 기술을 개발하는 것도 약점으로 꼽힌다. T-50은 공중 급유(給油) 기능이 없다. 땅이 좁은 우리나라에서는 작전 중 공중에서 연료를 채워야 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중동이나 동남아는 작전 반경이 한국보다 몇 배 이상 넓다.

조진수 한양대 교수는 "T-50은 한국군의 요구에 따라 외국이 필요로 하지 않는 값비싼 전자장비를 많이 탑재하고 있다"며 "T-50 수출은 운전면허시험장에 그랜저 자동차를 팔려고 하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권철신 한국방위산업학회 회장(성균관대 교수)은 "T-50 수출 실패는 각 부처와 기업의 역량을 해외 수출 전에 끌어모을 컨트롤 타워 및 종합 전략의 부재를 드러낸 대표적 사례"라고 했다.

[[유용원의 군사세계] TA-50(전술입문기), 1호기 출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