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올해 GDP(국내총생산) 성장률은 8% 정도로 잡았으나 올해부터 시작되는 제12차 5개년 개발계획(2011∼2015년, 12.5규획) 기간의 연평균 GDP는 7%로 낮추기로 했다. 그동안 오랫동안 8%대 성장목표율을 제시해왔으나 이젠 성장위주 정책에서 본격적으로 내수중심과 분배중심 정책으로 옮아가겠다는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는 5일 오전 9시(한국 오전 10시)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국회격) 정부 업무 보고에서 이같이 발표했다.

중국 정부는 그간 '바오바(保八·GDP 성장률 8% 유지)'라는 용어로 대변되는 8% 성장에 집착했다. 쏟아져나오는 신규 노동자들의 일자리를 마련해주기 위해 연간 8% 성장은 필수라는 인식이었다. 지난 5년간(2006~2010년) 중국은 평균 11%의 GDP 성장률을 기록했다. 중국의 폭발적인 성장은 지난 2008년 금융위기에 세계 경제의 탈출구를 제시했고, 지난해 일본을 제치고 세계 제2의 경제대국으로 올라서는데 원동력이 됐다.

하지만 중국은 경제 성장으로 부의 양극화가 심해지고, 여전히 수 억명이 생활고에 허덕이는 등 양적 성장이 가져온 성장통을 겪고 있다. "국가는 부유하지만, 인민은 가난하다"라는 자조적인 목소리가 중국 내에서 나오고 있다.

원자바오 총리의 전인대 발표는 이런 지적을 받아들여 성장은 다소 낮추더라도 부의 분배를 강화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원 총리는 "향후 5년간 합리적인 소득분배 구조를 만들어 도시 주민의 1인당 실소득과 농촌 주민의 순소득을 연평균 7% 이상 높이겠다"며 "보장성 주택의 실제 수혜자를 이전보다 20% 정도 늘리고 전국 단위의 양로보험과 기본의료보험제를 시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또 실업률 해소를 위해 매년 900만 명씩 향후 5년간 4500만명에게 일자리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원 총리는 일정기간 도시에 거주한 농민공이 도시 주민으로 전환하고 거주기간 기준이 미달할 경우 보수, 자녀의 취학, 주택임대, 사회보장 등의 방면에서 실질적인 혜택을 주겠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중국은 현재 도시 주민으로 호적에 등재된 사람과 농촌 출신 도시 거주민에게 차별적인 복지 혜택을 주고 있다.

원 총리는 "최저임금 인상, 그리고 소득세 면세점 조정을 통한 중·저 소득자의 세금부담 경감 등의 대책을 추진하겠다"며 "지방 정부가 중·저 소득층의 주택문제를 집중해결하지 못하면 해당 공무원에게 책임을 묻겠다"고 말했다.

중국 당국은 또 석유 의존도가 높은 자국 경제를 녹색 산업으로 재편할 것으로 보인다. 원 총리는 "에너지 절약 및 환경보전, 신에너지, 바이오, 첨단설비제조, 신소재, 신에너지 자동차 등의 8개 분야를 전략적 신흥산업으로 삼아 적극 육성하겠다"고 말했다.

원 총리는 12.5 계획이 종료되는 2015년의 중국 GDP 규모를 55조 위안(약 8조 5000억 달러)으로 예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