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노현 서울시교육감, 김상곤 경기도교육감을 비롯한 진보·좌파 성향의 6개 시도 교육감들이 이번 학기부터 시행되는 교원평가제에 반대하는 집단 성명을 냈다. 이들은 교원평가를 지역 자율에 맡기고 학생인권, 평준화, 교장공모제 같은 현안들에 대해서도 지방교육자치권을 보장하라고 요구했다.

정부가 지난달 22일 국무회의에서 대통령령인 교원 연수 규정 일부를 바꿔 교원평가의 근거를 만든 것이 이번 교육감들 집단반발의 일차 배경이다. 정부가 고쳤다는 게 말이 교원평가지 평가를 시행한다는 원칙 하나 빼고 구체적인 방법과 절차 대부분을 교육감에 위임해 놓아 엉성하기 그지없다. 그럼에도 '진보교육감'들이 이를 반대하는 것은 교사를 평가 대상으로 삼는 것 자체에 대한 거부감의 표시다. 얼마 전 미국 교원노조는 교사를 개혁하라는 거센 압박에 못이겨 스스로 무능교사 퇴출안을 내놓기에 이르렀는데, 이런 세계의 흐름을 모르는 척하는 배짱이 놀랍다.

진보교육감들의 공동성명은 지난 1월 18일 경기·강원지역 고교평준화 문제에 이어 두 번째다. 고교평준화 허용 요구는 경기도와 강원도만의 문제였는데도 아무 관계없는 교육감 4명이 대열에 동참했다. 자신들을 특정목표를 공유하는 한편으로 여기고 있다는 걸 고백한 셈이다. 이들 중 곽 서울교육감은 지난달 혁신학교 교직원 연수에 백기완씨를, 민병희 강원교육감은 작년 7월 교육장-교장 정책설명회에 홍세화씨를 초청해 특강을 들었다. 민중 운동가와 프랑스 좌파 이론을 따라 읊는 초청 연사의 특강을 들은 참석자 중 일부는 원치 않았던 상황에 불편해했고 또 일부는 '은혜를 받았다'는 식의 소감을 인터넷에 띄우기도 했다 한다. 참석자들은 대다수가 교실로 돌아가면 이념이 뭔지 모르는 순진한 아이들을 마주해야 할 교사들이다. 어느 학부모가 그런 교사들에게 특정이념 성향 인사의 강의를 듣게 하는 걸 보고 마음을 놓겠는가.

작년 지방선거 직후 한동안 진보교육감들과 기성 교육계의 마찰이 불거지면서 교육감 직선제 폐지론이 들끓었다. 당시 진보교육감들과 지지세력인 전교조는 '교육의 자주성과 전문성, 정치적 중립성은 보장돼야 한다'는 헌법 31조를 방패로 치켜들었다. 그러나 이들이 그 후 보여주고 있는 것은 자기네 편한 대로 해석한 '자주성'과 '전문성'을 자신들의 이익을 보호하는 울타리로 삼으면서, 교육의 '정치적 중립'을 부수는 데 열중하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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