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아침 조선일보에 실린 '벼랑 끝의 대학생들' 시리즈 기사를 읽은 사람들 누구나 답답하고 우울한 심정을 떨치기 어려웠을 것이다. 한창 미래의 꿈을 그려야 할 많은 학생이 학비와 생활비를 벌기 위해 새벽부터 한밤중까지 주유소·편의점·식당 등지에서 일하느라 공부다운 공부도 못하고 힘겨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는 내용이다.

OECD 국가들이 대학교육에 쓰는 예산 중에 장학금·학자금 대출 등 대학생에게 직접 지원하는 비율이 평균 19.5% 정도다. 미국은 21.5%, 노르웨이는 43.8%다. 우리나라는 평균치에 한참 못 미치는 10.1%다. 대학들이 선진국처럼 기금을 풍족하게 모아서 어려운 학생들을 잘 챙겨주는 것도 아니다. 정부 예산 범위 안에서라도 장학금 몫을 최대한 늘리고, 학자금대출 신청과 상환조건을 개선하는 일을 서둘러야 한다.

하지만 세계 어느 나라도 총인구의 5%에 달하는 대학생을 감당할 수는 없는 것이 현실이다. 1970년 4년제대학(교육대 산업대 포함)이 87개, 학생 수가 15만8600명이었다. 작년에 그 숫자가 202개, 255만5000명으로 16배나 늘었다. 한국의 25~34세 인구 대졸 학력자 비율은 58%로 세계 1위다. 우리의 이른바 'SKY'(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3개 대학은 미국의 최고 10대 대학이 배출하는 연간 졸업생을 다 합친 것과 비슷한 숫자를 매년 쏟아낸다. SKY 대학과 이에 버금가는 몇몇 대학을 제외한 대부분의 대학 졸업생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실업자나 비정규 근로자의 길밖에 없다. 대학을 줄이고 대학생도 줄여야 한다. 그렇지 않고는 한국 젊은이들의 곤경을 해결할 방법이 없다. 부실한 대학들이 스스로 구조조정을 할 수 있도록 법적 출구를 만들어주고 경우에 따라서는 강제로라도 과감히 청산도 할 수 있게 법적인 조치도 병행해야 한다.

더 근원적으로는 어떻게든 엉터리 대학 졸업장이라도 하나 쥐어야만 사람 구실을 할 수 있게 돼있는 사회구조를 수술하지 않으면 안 된다. 정부는 말로만 중앙부처와 공공기관의 학력규제를 폐지해나가겠다고 하지 말고 보고서 생산기술보다 실무기능을 더 중시하는 인사(人事)를 솔선수범해야 한다. 기업들도 대학 졸업장을 무슨 면허증인 양 여기는 사원들보다 능력 있는 마이스터고, 특성고, 전문대 출신들을 더 빨리 승진시켜 그런 사람들을 통해 중요한 것은 학력보다 실력이라는 새 기준을 세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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