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징계위원회가 28일 제자들을 수시로 폭행하고 자기가 출연한 공연의 티켓을 떠안겨왔다는 의혹을 받아온 성악과 김인혜 교수에 대해 파면 결정을 내렸다. 총장이 재심(再審)을 요구하지 않고 서명하면 징계위 결정이 효력을 발휘한다. 파면이라면 대학교수이자 예술가인 당사자에겐 극형(極刑)이다. 교수 사회가 그만큼 이번 일을 심각하게 받아들인다는 뜻이다. 서울대 징계위는 "피해 학생들 주장에 일관성이 있고 신빙성이 높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김 교수는 공중파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강렬한 카리스마와 인간미 넘치는 표정으로 시청자들에게 감동을 주었다. 그러나 파문이 확산되면서 흘러나온 얘기들은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공연 때 박수 소리가 작았다며 학생을 폭행했고, 오랜만에 만난 졸업생이 인사가 없었다며 많은 사람 앞에서 뺨을 때렸다고도 했다. 티켓 판매를 학생들에게 할당했다거나 방송 출연에 바쁘다면서 학기당 16번 이상 해야 하는 개인지도를 하는 둥 마는 둥 했다는, 상식으론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이었다.

김 교수는 "다혈질이고 과격하다 보니 그랬을 뿐 도제(徒弟)식 훈육은 성악에선 필수" "나도 그렇게 배워 그런 게 당연하다고 여겼다"고 해명해왔다. 성악 교육은 1대1 레슨 방식으로 이뤄져 지도교수와 학생 사이에 권위적 상하관계가 생겨나는 불가피한 측면도 있다. 그러나 아무리 엄하게 대해도 거기에 제자를 아끼는 진심이 배어 있으면 학생들도 그걸 느낀다. 이번 사건에서 가장 큰 문제점은 바로 거기에 있다. 사회 모든 분야가 달라진 세상에서 '전부터 그랬으니까 이해해달라'는 식으로 후진적(後進的) 관행을 방어하려고 하면 시대에 뒤떨어진 무자격자임을 스스로 인정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김 교수 사건으로 드러난 문제를 음악계는 물론 미술계나 의과대학 등에서도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제자와 스승 사이에 인격 유린에 가까운 종속(從屬) 관계가 생겨나거나 교수 눈 밖에 나면 직업인으로서 장래가 끝장나는 풍토는 사라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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