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성남시의회가 자신을 몰라본다고 공공근로 여직원에게 가방과 서류를 내던지며 행패를 부렸던 이숙정 시의원 제명징계 요구안을 부결시켰다. 의원 제명에는 재적의원(34명) 3분의 2인 23명 이상 찬성이 있어야 하는데 찬성 의원은 20명에 그쳤다. 민주당 시의원 15명 중 2명만 찬성하고 나머지 13명은 반대하거나 기권했기 때문이다.

민노당 당적(黨籍)의 이 의원은 지난달 27일 판교 주민센터에 전화를 걸고 자신의 이름을 댔는데도 여직원이 알아보지 못하자 득달같이 주민센터로 달려가 여직원에게 행패를 부렸었다. 이 일이 있고 나서 여론이 악화되자 민노당은 징계를 추진해 이 의원이 자진 탈당(脫黨)하도록 했다. 그런데 그 의원의 제명 표결에 민주당이 민노당을 대신해 '제명까지 할 일은 아니다'라며 감싸고 나온 것이다.

그러나 민주당이 '이숙정 구하기'에 나서면서 내건 '제명까지 할 일은 아니다'라는 기준은 너무 속이 보인다. 만일 여당 소속 시의원이 그런 행패를 부렸다 해도 민주당이 그 같은 잣대를 들고 나오겠는가. 그래서 이번 일은 손학규 민주당 대표가 다가오는 4월 재·보선 때 텃밭인 전남 순천 지역구를 민노당측에 '통 큰 양보'를 하겠다는 것과 연관지어 해석해야 앞뒤가 들어맞는다. 내년 4월 총선과 12월 대선에서 민주노동당과 연대의 길을 뚫기 위해 미리 빗자루로 길을 쓸고 있다는 말이다.

이숙정 의원이 작년 6월 지방선거에서 시 의원이 될 수 있었던 것도 민노당은 성남시장 선거에 후보를 내지 않고, 민주당은 이 의원 지역에 후보를 내지 않는 거래 덕분이었다. 민주당이 이숙정 의원에 대해 민노당과 '연대 보증'을 섰다면 민주당은 이 의원의 행패에 대해서도 민노당과 연대 책임을 져야 마땅하다.

그런데도 지방의회가 중앙정치의 들러리나 서고 있으니, 시민들 사이에서 "주민소환으로 이 의원과 그의 제명을 반대한 민주당 의원을 직접 심판하자"는 말이 나올 만도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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