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석유수출국기구(OPEC) 일부 회원국들은 리비아 사태로 촉발된 ‘오일 쇼크 위기’를 가라앉히기 위해 자발적으로 증산할 용의가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23일 보도했다.

OPEC는 22일 사우디 리야드에서 열린 연례 석유 생산·소비국 포럼에 참석한 뒤 별도로 모여 증산 여부를 결정할 특별 각료회담 개최를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사우디 외에도 OPEC 회원국인 나이지리아·앙골라·아랍에미리트도 증산할 용의가 있으며 필요할 경우 각료회담 없이도 석유를 추가 생산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OPEC가 추가로 공급할 수 있는 석유는 하루 500만 배럴 정도다. 로이터에 따르면 하루 160만 배럴이었던 리비아의 원유 생산량은 내전사태 이후 25% 가까이 줄었다. 그러나 OPEC 회원국이 증산에 들어가면 전체적인 국제 원유 수급에는 지장이 없다는 얘기다.

CNN 등 외신에 따르면 알리 알 나이미 사우디 석유장관은 “하루 400만 배럴 정도 추가로 생산할 수 있는 여력이 있다”며 “언제든 증산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유사시 비축유를 푼다는 방침을 세워놓고 있다.

하지만 OPEC 회원국의 ‘증산 카드’로 국제 원유가격이 쉽게 안정될 것인지는 미지수다. 노무라증권은 23일 보고서에서 “상황이 더 악화돼 리비아와 알제리가 동시에 석유 생산을 중단할 경우 OPEC의 증산 여력이 하루 210만 배럴로 줄 것”이라며 “이 경우 유가가 220달러를 넘어설 수도 있다”고 밝혔다. 리비아 사태의 불똥이 사우디까지 확대될 경우에도 사우디가 실제 증산하는 것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23일 런던 선물거래소의 북해산 브렌트유(4월 인도분)는 전날보다 5.3% 오른 배럴당 111.37달러에 마감해 2008년 9월 이후 처음으로 배럴당 110달러선을 넘어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