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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지 않는 사람들
니콜라스 카 지음|최지향 옮김|청림출판|364쪽|1만5000원

"그는 자기가 늘 미행당한다고 생각해 집으로 갈 때면 늘 내게 먼저 가라고 하고 뒤처졌다. 그러고는 매번 전화가 왔다. 길을 잃었으니 데리러 와달라는 것이었다." 위키리크스의 2인자였던 다니엘 돔샤이트-베르크는 최근 책에서 '사이버 전사' 줄리언 어산지의 이런 일화를 소개했다. 세계 전산망을 종횡무진하는 '천재 해커'가 정작 육로에서는 지독한 '길치'였다. 올 초 유럽의 한 자동차보험회사 통계에도 비슷한 내용이 잡혔다. 젊은 세대가 나이 든 세대보다 길을 더 잘 잃는다. 이유는 GPS(위성항법장치)에 의존하다 보니 방향감을 잃었다는 것이었다. "우리는 도구를 만들지만 그다음 도구들은 우리를 만든다"는 말로 문명 이기(利器)의 패러독스를 요약한 이는 1967년 예수회 사제인 존 컬킨이었다.

IT업계 구루인 니콜라스 카(Carr·51)의 최신작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원제 The Shallows)'은 이 오랜 딜레마를 인터넷 시대 버전으로 되살렸다. 그가 하고 싶은 말은 부제에 담겨 있다. '인터넷이 우리 뇌를 얕게 만들고 있다.' 그저 인터넷의 폐해에 대한 경고 정도라면 새삼스러울 게 없다. 컴퓨터에 빠진 아이를 걱정하는 엄마도 그 정도는 안다. 저자는 이런 현대인의 병증을 다양한 고전의 통찰과 현대 최첨단 뇌과학까지 동원해 심층진단하고 문명 비판론의 차원으로까지 끌어올린다.

청림출판 제공

출발점은 미디어 이론의 선구자 마샬 맥루한의 통찰이다. "모든 새로운 미디어는 인간을 변화시킨다."

저자는 현대사회의 뉴미디어이자 '모든 것'이 되어버린 인터넷이 인간의 가장 고유한 능력까지 앗아갈 지경에 이르렀다고 진단한다. 그것은 오래 집중하고 깊이 사색하는 능력이다. 인터넷은 하이퍼링크로 연결된 텍스트와 이미지, 동영상을 끝없이 메뚜기처럼 옮겨다니게 한다. 이런 산만하기 짝이 없는 인터넷 환경은 뇌의 신경회로까지 바꿔놓는다. 여기서 동원되는 키워드는 '스키마(schema·계획이나 이론의 윤곽)'. 흩어진 정보 조각을 지식의 패턴으로 조직해 사고에 깊이와 풍부함을 제공하는 사고 틀을 말한다. 인간의 지적(知的) 기량은 대부분 오래 걸려 획득된 스키마에서 나온다. 이런 스키마 형성을 위한 뇌 능력을 컴퓨터가 감퇴시킨다는 게 저자의 지적이다.

카는 지난 5세기 독서를 통해 길러진 인류의 선형적·문학적 사고를 중시한다. "예리하고 유연한 이 사고방식은 르네상스를 낳은 상상력이었고, 계몽주의를 낳은 이성적 사고였으며, 산업혁명을 이끈 창조적 사고였다. 모더니즘을 낳은 전복적 사고이기도 했다." 반면 인터넷 웹서핑은 숱한 소스로부터 단편적 정보를 신속 산만하게 수집하는 습관을 낳았을 뿐, 창조적 사색을 방해한다. 그 결과 "예전에 나는 말의 심해저를 헤엄치는 스쿠버다이버였다면 지금은 수면 위를 스쳐 질주하는 제트스키어로 전락했다"고 저자는 탄식한다.

인터넷 폐해론은 구글 비판론에서 절정에 이른다. 저자는 "구글의 온라인 세상에는 깊이 있는 읽기를 위한 사색에 잠긴 침묵이나 명상의 애매모호한 우회성이 들어설 여지는 거의 없다. 모호함은 통찰력을 위한 출발점이 아니라 고쳐져야 할 버그"라고 꼬집는다.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예언적 영화 '2001년 스페이스 오디세이'(1968)의 마지막 장면의 비유는 압권이다. 인공지능 컴퓨터인 '할(Hal)'이 반란 끝에 결국 회로가 끊기면서 생명이 꺼져가는 순간 이렇게 읊조린다. "느낄 수 있어요. 느낄 수 있어요. 두려워요." 저자는 "우리가 세상을 이해하기 위해 컴퓨터에 의존하게 되면서 인공지능으로 변해버리는 것은 바로 우리의 지능"이라고 탄식한다.

저자는 독서야말로 최고의 지적 활동이란 점을 입증해 보이려는 듯 논거를 다양한 역사적 사례와 최신 과학의 성과에서 길어온다. 소크라테스부터 마르틴 하이데거에 이르는 철학자의 통찰을 인용할 때는 책이 지성사 같다. 고대 문자부터 지도, 인쇄술, 시계의 발명이 인류에 끼친 영향을 말할 땐 생활문명사다. 프리드리히 니체나 T S 엘리엇이 타자기를 쓰면서 겪은 문체 변화의 체험 같은 일화를 소개할 때는 글쓰기의 역사에 접근한다.

지난해 영미권에서 먼저 출간됐을 때 '우리 시대 가장 중요한 주제를 진지하고 섬세하게 다뤘다'는 평이 주조를 이뤘다. 다만 인용된 뇌과학 연구 결과에 대해서는 반론이 있었다. 이 문제에 정통한 작가인 조나 레러는 뉴욕타임스 서평에서 웹서핑이나 컴퓨터 게임이 인간의 지력을 증진하기도 한다는 사례를 소개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그 역시 카가 인터넷의 유용성을 부인하는 반(反)기계론자(Luddite)는 아니며 균형잡힌 접근을 했다고 평했다.

이 책은 여러 면에서 역설적이다. 원제는 '얕음'이지만 내용물은 더없이 묵직하다. 더 한 대목은 이것이다. 저자는 책을 쓰기 위해 휴대폰, 트위터, 페이스북, 이메일이 안 되는 콜로라도 산밑으로 이사 간다. 몇 달간 금단 현상에 시달린 끝에 '사람다운 모습'을 되찾고 책을 마쳤다. 하지만 책을 끝낼 무렵 그는 다시 인터넷 생활로 돌아갔다. "이 기기들 없이는 살 수 없을 것만 같다"는 게 그의 고백이다.

니콜라스 카는 누구?

그가 주목받는 것은 일찍이 IT 분야에서 인정받아온 세계적 컨설턴트이면서 스스로 IT 물신주의에 반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이코노미스트가 뽑은 글로벌 CEO 132인 중 한명이자 2007년 ‘e위크’가 선정한 ‘IT업계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100인’에 들었다. 그는 늘 업계의 최전선에서 논의를 선도해왔다. 2003년 IT업계가 호황에 들떠 있을 때 ‘그 전략적 중요성이 떨어졌다’는 글을 발표해, 업계 CEO들과 논쟁이 붙었다. 2008년 ‘구글은 우리를 바보로 만들고 있나?’라는 제목의 글이 발표됐을 때도 화제였다. 위키피디아를 비판하면서 ‘위키크라트’(위키피디아 관료)란 신조어를 유행시켰다. 명쾌하면서도 심도 있는 글과 빼어난 언변으로 유력지를 장식하고 초청연사로도 인기 높다. 다트머스대와 하버드대 대학원을 나와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 편집장을 지냈다. 현재 세계경제포럼 클라우드 컴퓨팅 프로젝트 운영위원이자 브리태니커 백과사전 자문 편집위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