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성 스포츠조선DB

이번에는 오른쪽 허벅지 뒷근육(햄스트링)이 고장났다. 박지성(30·맨유)은 고질적으로 오른무릎이 좋지 않다. 두 번 수술 받았고, 무리할 경우 물이 차오른다. 물이 차는 주기는 자꾸 빨라지고 있다. 그래서 카타르아시안컵을 마치고 A대표 은퇴까지 했다. 그런데 무릎에 이어 허벅지를 다쳤다. 발목 상태도 좋다고 볼 수 없다. 30세로 노장의 대열에 들어선 박지성에게 연이은 부상은 결코 쉽게 생각하고 넘길 게 아니다.

박지성은 11일(한국시각) 영국 맨체스터 캐링턴훈련장에서 진행된 훈련 도중 오른허벅지에 이상 징후를 느꼈다고 한다. 박지성 부친 박성종씨는 스포츠조선과의 통화에서 "재수가 없었다. 훈련을 거의 마칠 무렵 볼을 뒤로 차주는 과정에서 허벅지 근육이 올라오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며 부상 상황을 전했다. 맨체스터 시티전 출전 엔트리에 포함됐던 박지성은 곧바로 훈련을 중단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아버지 박씨에 따르면 박지성은 현재 걷는데 아무런 지장이 없고, 정밀검진을 해봐야겠지만 1~2주 정도 휴식이 필요하다. 영국의 일간지 데일리 메일은 박지성의 부상 소식을 전하면서 최대 4주 결장을 예상했다.

박지성은 오른무릎에 무척 신경을 쓴다. 2003년과 2007년 이미 두 차례 칼을 댔기 때문이다. 최근 끝난 아시안컵에선 3일 간격으로 5경기를 뛰고 오른무릎에 물이 찼다. 그 때문에 3~4위전을 건너뛰고 국내로 돌아와 대표 은퇴 기자회견을 했다. 설 연휴를 국내에서 보내고 돌아가 첫 경기를 준비하다가 생각지도 않았던 허벅지 근육통이 찾아왔다. 당장 선수 측은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일 수 있다.

하지만 박지성의 몸은 시한폭탄 처럼 조심스럽게 다뤄야 한다. 김현철 박사나 송준섭 박사 등 전현직 대표팀 주치의들에 따르면 박지성은 지난 10년 동안 소속 클럽과 대표팀을 오가면서 지나치게 많은 경기를 뛰었다. A매치 100경기를 뛰었고, 유럽과 한국을 오가는 10시간 이상의 장거리 여행을 1년에도 수 차례씩 했다. 그러다보니 박지성은 오른무릎 뿐아니라 좌우발목, 허벅지까지 성한 곳이 없다고 보면 된다. 박지성의 그동안 부상 일지를 보면 2006년 오른발목을 두 차례 다쳤었고, 2009년에는 오른 허벅지에도 통증이 있었다.

박지성이 오른무릎을 조심하다보면 부상은 예기치 않게 다른 안 좋은 부위에서 터질 가능성이 더 높다. 발목, 무릎, 허벅지 모두 하나의 연결고리로 봐도 무방하다. 무릎에 하중을 주지 않으려다 보면 발목을 접질릴 수 있고, 이번 처럼 허벅지 뒷근육이 올라올 수도 있는 것이다.

박지성이 20대 중반이라면 상황은 다르다. 하지만 그는 스스로 선수 생활을 4년 뒤 그만두려고 판단하고 있다. 대표 은퇴 기자회견에선 부상이 아니었다면 대표선수를 좀더 오래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만큼 향후 몸이 더 아플 경우 선수 생명이 짧아 질 수 있다는 걸 염두에 두고 있다. 박지성은 기자와의 2010년 신년 인터뷰에서 "이청용에게서 부러운 것은 젊음이다. 요즘은 아침에 일어나면 예전과 달리 피로를 느낀다"고 말했었다.

이을용(36·강원) 등 베테랑 선수들은 축구 선수가 30세를 넘기면 몸이 하루가 다르다고 말한다. 젊을 때와 달리 한 번 다치면 정상 컨디션을 만드는데 시간이 더 걸릴 뿐아니라 부상 재발 가능성도 높다. 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