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기상이변으로 올해 곡물 수확이 감소할 것이란 예상과 함께 '식량 대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1월 중 세계 곡물가격지수는 244.8로 1년 전보다 44% 올랐다. 옥수수와 밀 국제시세는 1년 전보다 80% 이상 뛰었다.

우리나라는 사료(飼料)용을 포함한 곡물 자급률이 25%에 지나지 않는다. 해마다 1400만t이 넘는 곡물을 사들이는 세계 5위 곡물 수입국이다. 쌀은 국내 생산만으로 100% 자급할 수 있지만 다른 곡물은 95%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국제 곡물가격이 뛰면 그 충격이 그대로 장바구니 물가에 나타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작년 4분기 농산물과 가공식품, 음료류를 포함한 한국의 식품물가 상승률은 12%였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두 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국내 식품값이 뛰고 있는 게 곡물 자급률이 낮아서만은 아니다. 곡물 자급률이 우리보다 낮은 일본은 작년 4분기 식품물가 상승률이 1.8%에 지나지 않았다. 일본도 대부분의 곡물을 해외에서 사들이지만 우리와 달리 '곡물 파동'의 충격을 흡수할 장치가 마련돼 있기 때문이다.

곡물 수입의 70%를 떠맡고 있는 일본 종합상사들은 해외 곡물생산 업체들과의 계약 재배, 선물(先物)거래 등을 통해 안정적인 곡물 수입망을 확보하고 있다. 반면 우리는 주요 곡물 수입의 73%를 카길을 비롯한 4대 곡물 메이저와 일본 종합상사에 기대고 있다. 가격 결정 때 끌려 다니는 처지여서 국제 시세가 뛰면 곧바로 직격탄을 맞는다.

일본은 또 적극적인 해외 농업투자를 통해 자국 농경지 면적의 3배인 1200만㏊의 해외 농지를 확보하고 있다. 우리가 확보한 해외 농지는 30만㏊다. 여기다 일본은 국가적 차원에서 쌀·밀·옥수수·콩 등 주요 곡물을 비축해 필요할 때 가격 조절에 나설 수 있지만 우리는 비축 곡물이 쌀 하나뿐이다.

전문가들은 식량 수급(需給) 불안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보고 있다. 기상이변이 되풀이되고 있는 데다 중국인도 같은 고성장 신흥시장국들의 곡물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당장 국내 경작지를 늘리고, 곡물 자급률을 끌어올리기도 어렵다. 우리도 일본처럼 다양한 식량 확보 방안을 마련할 수 있도록 '식량 안보' 차원에서 농업 정책을 다시 검토해볼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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