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3673개 고교의 체육수업 편성 현황을 조사했더니 올해 신입생들이 3년 동안 여섯 학기에 걸쳐 고루 체육수업을 받도록 편성한 학교가 32%, 1178곳뿐이었다고 한다. 여섯 학기 중에 세 학기만 체육수업을 하는 학교가 7.4%, 두 학기만 하는 학교도 9.9%나 됐다. 2009년 바뀐 교육과정에 따라 올해 고1부터 집중이수제가 도입되자 절반 이상의 학교가 체육수업을 1~2학년에 몰아서 한다는 말이다.

집중이수제란 학생의 학습 부담을 덜어주고 연속 수업으로 집중도를 높이기 위해 어떤 과목의 수업을 일정 학기나 학년에 집중해서 실시하는 제도다. 일선 학교들은 이 제도를 주로 예체능 과목에 적용하고 나머지를 입시준비에 돌리려 하고 있다.

체육이 교육 현장에서 천덕꾸러기가 된 지 오래다. 2002년부터 중3 체육이 주당 3시간에서 2시간으로 줄었고 고2에겐 선택과목이 됐다. 2008년엔 교과별 수업 시수(時數)의 20%를 학교가 알아서 늘리거나 줄일 수 있게 되자 대부분의 학교가 체육을 비롯한 비(非)수능과목을 줄이고 국·영·수를 늘렸다. 그나마 고교 3년 중 1~2년은 체육수업조차 사라질 판이다.

선진국들은 학교 체육을 통해 정해진 규칙을 지키는 준법정신, 팀원끼리 힘을 모으는 협동심, 정정당당하게 싸우는 스포츠맨십을 몸에 익히게 하고, 자신이 직접 공을 세우려기보다 상대에게 기회를 만들어 주는 리더십을 기를 수 있도록 배려한다. 건전한 시민, 훌륭한 지도자는 교실보다 운동장에서 길러지는 것이다. 그래서 선진국 지도자 중엔 운동선수 출신이 많다. 학교 교육에서 스포츠의 비중도 매우 높다. 학생들은 몇 가지 스포츠를 의무적으로 배우고 클럽활동을 해야 한다. 인기 있는 교내 운동클럽에 가입하려는 신입생들의 경쟁도 치열하다.

학교 체육을 괄시하면 몸과 마음이 함께 건강한 민주 시민을 길러낼 수도 없고, 희생과 봉사로 조직을 이끄는 지도자를 배출하기도 어렵다. 청소년이 스포츠와 담쌓고 자라는 사회에는 반칙과 편법과 이기(利己)가 판칠 수밖에 없고, 그런 나라에선 지도자 흉년(凶年)이 계속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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