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서울에서 열릴 에릭 클랩튼의 세 번째 내한공연이 거의 매진됐다고 한다. 한국처럼 록 음악이 홀대받는 나라에서도 이 위대한 록 뮤지션은 공연마다 전석 매진의 기록을 쓰고 있다. 아마도 '원더풀 투나잇'과 '티어스 인 헤븐' 같은 그의 노래가 한국인 정서에 잘 맞기 때문일 것이다. '로큰롤 명예의 전당'에 유일하게 세 번 헌액된 뮤지션이라든가, '기타의 신' 같은 별명도 한몫 거들 것이다.

에릭 클랩튼의 삶이 그의 음악만큼 아름답지는 못했다. 50대 초반까지만 해도 그의 인생은 마약과 섹스, 알코올로 점철되다시피 했다. '티어스 인 헤븐'은 그의 다섯 살짜리 아들 코너를 잃은 뒤 만든 노래다. 코너는 이탈리아 모델 로리와의 혼외정사로 낳은 아들로, 1991년 3월 뉴욕의 53층 아파트 창문에서 실족사했다. 로리와 사이가 좋지 않았던 클랩튼은 당시 근처 호텔에 따로 묵고 있었다.

'원더풀 투나잇'은 비틀스 멤버 조지 해리슨의 아내 패티 보이드를 생각하고 쓴 것이다. 작곡 당시엔 짜증이 난 상태였다. 당시 패티와 동거 중이던 클랩튼은 알코올 중독이었다. 파티에 가야 하는데 패티가 옷을 이것저것 고르며 시간을 끄는 사이에 쓴 노래다. 이 노래 가사 "그녀가 묻네요/ 나 괜찮은가요/ 내가 대답하죠/ 당신 오늘 정말 아름다워"는 사실 "됐으니 이제 그만 가자"는 내용이다. 프랑스 퍼스트레이디 카를라 브루니도 20대 초반에 이미 클랩튼의 연인이었다. 이런 내용은 클랩튼이 2007년 펴낸 자서전에 소상히 나온다. 다행히 그는 술을 끊는 데 성공했고, 지금의 아내 멜리아를 만난 뒤 평안한 삶을 보내고 있다.

사생아로 태어나 할머니를 엄마로 알고 컸던 클랩튼의 삶은 출생만큼이나 굴곡이 많았다. 그러나 그는 지금 세계 어디서나 환대와 존경을 받는 아티스트다. 삶의 모퉁이를 돌 때마다 음악에 의지해 결국 자신을 이겨낸 덕분이다. 그는 자서전에서 "음악은 모든 것을 극복하고 살아남으며, 항상 존재한다"고 했다. 뮤지션은 음악으로 말해야 한다는 단순명료한 명제를, 올해 66세가 된 그의 인생에서 재확인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