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27일 이광재 강원지사 등 4명에 대해 확정 판결을 내리면서 '박연차 게이트' 사건으로 기소된 사람들의 사법 처리가 사실상 마무리됐다. 지난 2년여 동안 온 나라를 들썩거리게 했던 박연차 게이트가 막을 내리고 있는 것이다.

전직 대통령의 투신자살이라는 전대미문(前代未聞)의 사태까지 불러온 박연차 게이트는 현 정권 출범 직후인 2008년 7월 국세청이 박연차씨의 기업인 태광실업에 대한 특별세무조사에 전격 착수하면서 시작됐다.

2008년 12월 4일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이 기내 난동사건에 대한 항소심 선고공판에 참석하기 위해 부산지법 법정으로 들어가고 있다. 27일 대법원은 박 전 회장에게 징역 2년6월과 벌금 300억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그해 12월 초 대검 중수부에 탈세혐의 등으로 구속된 박씨는 검찰에 "전 정권(노무현 전 대통령 지칭)에 돈을 줬다"는 폭탄 진술을 했다. 이듬해(2009년) 5월 23일 노 전 대통령이 경남 김해 사저(私邸) 부근 부엉이바위에서 투신하기까지 박씨의 입은 세상을 뒤흔들었다. 노 전 대통령 투신 이후 검찰의 수사방식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면서 임채진 검찰총장이 사퇴하는 등 후폭풍도 거셌다.

핵심 피의자였던 노 전 대통령 관련 수사는 영구미제(永久未濟)로 남게 됐으나, 이 사건으로 기소된 21명 중 17명의 유죄가 확정되고, 박연차씨와 천신일 세중나모 회장 등 2명도 원심이 유죄인 상황에서 대법원 최종 판단만 남게 돼 검찰로서는 어느 정도 '명예회복'을 했다는 평가도 법조계에선 나온다.

◆전 정권 13명, 현 여권 6명

검찰이 기소한 사람 가운데 이른바 '전 정권' 인사는 이광재 지사와 서갑원·최철국 민주당 의원, 김원기 전 국회의장, 박정규 전 청와대 민정수석, 정상문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 등 13명이었다. 이들은 모두 유죄가 확정됐고, 특히 이광재·서갑원씨는 강원지사와 국회의원직에서 물러나게 됐다.

현 여권 쪽 인사는 이명박 대통령의 친구인 천신일 회장, 박진·김정권 한나라당 의원, 이상철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 박관용 전 국회의장, 추부길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 등 6명이었다. 이 가운데 박관용·추부길씨는 유죄가 확정됐고 천 회장은 2심까지 유죄 판결이 났다. 하지만 김정권·이상철씨는 무죄, 박진 의원도 벌금 80만원만 선고받아 의원직을 유지하게 됐다. 이 때문인지 이날 선고 직후 한나라당 배은희 대변인은 "대법원 판결을 존중한다"고 한 반면 민주당 이춘석 대변인은 "보복·기획수사에 따른 명백한 정치적 판결"이라는 정반대 논평을 냈다.

◆이광재, 총력전 폈지만…

대법원 판결을 남겨두고 작년 6·2 지방선거에서 이광재씨가 강원지사에 당선되면서 그의 지사직 유지 여부가 박연차 게이트 재판의 최대 관심사가 됐다. 취임과 동시에 지사 직무가 정지됐던 이씨는 헌법재판소로부터 지사직 복귀 결정까지 받아내는 등 '막판 뒤집기'를 위한 총력전을 벌였다.

이씨는 대법원 재판에서 강금실 전 법무장관, 박범계 전 청와대 법무비서관 같은 전 정권의 핵심 인사와 민변(民辯)그룹 인사들에게 변호를 맡겼고, 현 정권과 가까운 로펌이라는 말을 듣는 법무법인 바른까지 변호인으로 선임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탄핵심판 변호인단에 참여했고 노 대통령 때 대법관에 임명된 박시환 대법관이 이 사건 주심(主審)으로 지정된 탓에 "결론이 바뀌는 것 아니냐"는 억측이 나오기도 했다. 그런 세간의 우려를 의식한 박 대법관은 통상 주심 대법관 소관하에 있는 재판연구관들에게 사건기록과 법리 검토를 맡기는 관행을 따르지 않고, 특정 대법관에 소속돼 있지 않은 '중립지대'인 형사공동 재판연구관들에게 이 사건 검토를 맡겼다고 한다. 이는 자신에게 쏟아지는 부담스러운 시선과 불필요한 오해를 막기 위한 조치였다는 게 대법원 주변의 해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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