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타르아시안컵에 출전한 정대세(왼쪽)와 홍영조. 도하(카타르)=김경민 기자

북한의 간판 공격수 정대세(27·독일 보훔)와 홍영조(29·러시아 로스토프)에게 무슨 일이 생긴걸까.

정대세와 홍영조가 카타르아시안컵에서 부진하다. 정대세는 D조 조별리그 아랍에미리트(UAE)전(0대0 무), 이란전(0대1 패)에서 연달아 경기 도중 교체됐다. 특히 이란전에선 후반 20분 교체됐다. 경기 중 플레이가 마음에 들지 않는 듯 자주 신경질을 내면서 얼굴을 찌푸렸다.

홍영조는 UAE전에서 정대세가 얻은 페널티킥을 실축했다. 이란전에서는 0-1로 뒤진 가운데 후반 추가시간에 찬 슈팅이 크로스바를 때렸다. 홍영조의 슈팅 두 방이 모두 골로 이어졌다면 북한의 현 위치는 완전히 달랐을 것이다.

전체적으로 둘은 지난해 남아공월드컵 때보다 경기력이 떨어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정대세는 남아공월드컵 때의 맹활약으로 독일 2부 리그 보훔으로 이적해 주전을 꿰찼다. 하지만 이번 대회를 앞두고 보훔과 북한축구협회간의 의사소통 문제로 차출이 며칠 늦어졌다. 현재 정대세의 몸은 정상이 아니다. 독일 진출 이후 바로 오른무릎이 고장났다. 무릎이 아프지만 참고 대회 출전을 강행했다.

북한은 이번 대회에서 4-4-2 포메이션을 들고 나왔다. 조동섭 북한 감독은 남아공월드컵 때 김정훈 감독이 썼던 3-6-1 포메이션을 포백과 투톱으로 바꾸었다. 좀더 공격적으로 팀 컬러를 바꾼 것이다. 그러면서 원톱으로 나섰던 정대세의 파트너로 홍영조가 올라섰다. 남아공월드컵까지 정대세의 뒤를 받쳤던 홍영조가 나란히 최전방에 서기 시작한 것이다.

북한 대표팀 내에서 정대세와 홍영조의 위치는 크게 다르다. 정대세는 대외적으로 '인민루니'로 인기가 높았고, 축구 실력으로도 인정을 받았다. 하지만 그는 출신이 재일조총련이다. 반면 홍영조는 부친이 북한축구의 유력 인사이며 좋은 집안 출신으로 알려져 있다. 엘리트 집안에서 자란 전형적인 엘리트 선수인 것이다. 당연히 주장 완장도 홍영조 몫이다. 북한에선 홍영조가 좀더 두각을 나타내길 바라는 눈치라고 한다.

하지만 홍영조는 지난해 러시아 로스토프에서 1경기 출전에 그쳤다. 그는 2008년 세르비아 베자니아에서 로스토프로 이적했다. 이후 두 시즌 주전 자리를 차지하는 듯 했지만 지난해 월드컵 이후 부상 등이 겹치면서 경기력이 좋지 않았다. 이번 대회에서도 예전 같이 빠른 움직임을 보이지 못하면서 예리한 맛이 떨어졌다.

남아공월드컵 직후에는 대회 중 라커룸에서 경기 내용에 불만을 가진 정대세가 걷어찬 축구용품이 홍영조 몸에 맞아 서로 몸싸움이 벌어졌다는 소문이 돌았다. 둘은 형식적으로 화해를 했겠지만 이번 대회에서 상대의 플레이에 녹아들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1무1패를 기록한 북한은 조별리그 최종전 이라크(1승1패)전에서 반드시 승리해야 8강 진출을 바라볼 수 있다. 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