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상급식은 물론 공짜가 아니다. 서울 등 일부 시·도교육청은 무차별 무상급식을 위해 올해 학교 시설 확충이나 교육 지원사업에 들어갈 예산을 크게 삭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교육청은 올해 무상급식에 1162억원의 예산을 배정한 반면 학교 시설에 들어갈 예산은 대폭 축소했다. 특히 영어전용교실 설치 예산은 지난해 30억5600만원 편성했으나, 올해는 전액 삭감했다. 지난해 각각 24억6000만원, 19억5200만원씩 배정됐던 과학실 현대화 예산과 보건실 개선 항목에도 올해는 예산을 한 푼도 편성하지 않았다.

서울시교육청은 또 교육과학기술부가 신설 학교(7개 학교 대상) 설립 명목으로 지원한 예산 1452억원 가운데 1000억원 이상을 무상급식으로 돌리고 학교 신설비 예산엔 410억여원만(5개 학교 대상) 배정했다는 지적을 교과부로부터 받고 있다.

교육청은 이 같은 교과부의 지적에 대해, "학교 신설 예산은 사업 추진 일정에 따라 2~3년에 나눠 편성하기 때문에 정부 지원금 액수보다 적은 것이며, 집행 학교 수가 7개에서 5개로 줄어든 이유는 공사 지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반면 교과부측은 "설령 그렇다 하더라도 남은 지원금은 예비비 항목에 넣었어야 하는데 서울교육청은 그것마저 하지 않았다"며 다음 달 지급할 지방교육재정교부금에서 서울교육청이 신설학교 설립 예산에서 빼 간 액수(1036억6700만원)만큼 제외하고 지원하기로 했다.

경기도의 경우 올해 급식 예산을 지난해 대비 1432억원 늘린 2380억원 배정하면서 맞벌이 부부를 위한 '가정보육교사' 지원금 9억8000여만원을 전액 삭감했다. 학교교육여건개선시설사업 예산과 교육격차 해소사업 예산도 지난해 대비 각각 823억원, 279억원씩 줄였다.

또 경기교육청은 올해 27개 학교 신설에 3626억원을 배정할 예정이었지만 실제로는 이 중 1420억원을 삭감해 무상급식 예산 등으로 돌렸다고 교과부는 밝혔다.

올해 일부 군에서 유치원·초·중·고교 전면 무상급식을 실시하는 등 무상급식을 확대 시행하기로 한 인천시교육청은 무상급식 예산을 572억원 으로 늘린 대신 영어마을 운영비를 지난해 50억원에서 올해 30억원으로 줄이고, 우수교사 해외연수 프로그램(지난해 예산 약 10억원)을 없앴다.

이 밖에 충남교육청이 신설 학교 설립에 필요한 예산 275억원을 삭감했으며, 대전전남도 각각 253억원, 158억원을 당초 예산보다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