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기 감사원장 후보자가 과거 법무법인에서 7개월간 일하면서 7억원 가까이 받은 것으로 드러나면서 '전관예우(前官禮遇)' 문제가 12·31 개각 인사청문회 최대 쟁점으로 떠올랐다. 정 후보자는 "위법한 것도 없고 있는 대로 진솔하고 당당하게 (청문회에서) 말씀드릴 것"이라고 했고, 청와대도 법조계 관행에 따른 합당한 예우였고 세금도 정상적으로 냈다는 입장이나 논란은 이어질 전망이다. 대검 차장 출신인 정 후보자의 경우, 국민정서에 비춰 돈의 액수가 큰 데다, 공직 사퇴 이후 영리 활동을 하다가 다시 공직으로, 그것도 공무원들의 기강 등을 감독하는 감사원의 수장(首長)으로 'U턴'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는 공격을 받고 있다.

◆반복되는 전관예우 논란

고위 공직자들의 '전관예우'는 이번이 새로운 일은 아니다. 법원·검찰뿐 아니라 핵심 경제부처와 국세청, 금융감독원 등 '힘 있는' 기관의 고위 공직자들이 로펌 등으로 진출하는 관행이 있었고, 일부가 다시 고위직에 발탁돼 인사청문회 대상이 되면서 '수입'이 공개됐었다.

법조계 인사로는 이용훈 대법원장(2005년 9월)이 대표적인 사례였다. 대법관을 그만둔 2000년부터 5년간 변호사로 활동하면서 수임료 수입으로 60억원가량을 번 것으로 나타났다. 수임사건의 70%가량이 대법원 상고심 사건이어서, 대법관 경력 때문에 대법원 사건이 몰려 큰돈을 번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일었다. 이 대법원장보다 2개월쯤 뒤 지명된 박시환 대법관은 2003년 8월 서울지법 부장판사로 퇴직한 후 22개월간 변호사로 활동하면서 19억원 넘는 돈을 벌어들였다.

검찰 출신의 경우엔 현 정부 첫 법무장관인 김경한 전 장관이 서울고검장 퇴직 뒤인 2002년 초부터 6년간 로펌에서 일하면서 재산이 48억원가량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 청문회에서 논란을 낳았다. 정동기 후보자 역시 검찰 출신으로 2007년 11월 대검 차장에서 물러나 법무법인 바른의 대표변호사로 옮긴 경우였다.

경제관료로는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이 2007년 8월 금융감독위원장을 퇴직한 뒤, 2008년 1월부터 국내 최대 로펌인 김앤장 고문으로 1년간 일하면서 연봉을 6억원 받았다. 이재훈지식경제부 차관 역시 김앤장에 15개월간 고문으로 일하면서 4억9000만원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관예우의 실상과 문제점

'전관예우'의 실태는 인사청문회가 없었으면 알려지지 않을 사안이다. 로펌 대표와 당사자 간 사적인 계약 영역이며 "사건수임료처럼 가족에게도 안 알려준다"는 것이다. 하지만 법조계에선 "20~30년 공직생활을 2~3년 내에 보상받는다"는 말이 정설이고, 관가(官街)에선 "최소한 연봉이 3~4배 뛴다"는 얘기가 나온다. 업무용 차량이나 사무실, 비서, 법인카드 등도 보통 제공된다.

국내 굴지 로펌에 취업한 한 검찰 고위간부 출신 변호사는 "월급을 받아보니, 공직에 있을 때보다 '0'이 하나 더 붙었더라"고 했다. 여기에 퇴임 당시 직급과 해당 인사가 확보한 인맥의 질(質)에 따라 처우는 더 올라간다. 한 법조계 인사는 "정 후보자처럼 고검장 출신이고 현 정권과 연이 닿는 인사라면 1년차 연봉이 10억원을 넘길 수 있다"고 했다.

경제부처 고위관료 출신은 법조인보다는 낮지만 역시 상당한 대우를 받는다. "영입 첫해에 차관급은 3억원 이상, 장관급은 5억원 이상을 받는다"(고위 공무원)고 한다. 금감원처럼 '사정(司正)' 기능을 겸한 기관은 "국장급은 3억~5억원, 부원장과 원장급은 5억원 플러스 알파"라고 한 관계자가 전했다. 국세청 출신도 금감원 못지않은 돈을 받고 영입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작년에 국내 10대 로펌이 공개한 76명의 '고문' 가운데 62%가 경제·금융·세무·공정거래 분야에서 일했던 고위 공직자로 알려져 있다. 물론 '전관예우'는 첫해를 정점으로 매년 낮아진다. 이들이 높은 보수를 받는 것은 로펌 입장에서 그만한 '값어치'가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값어치'는 전문 지식보다는 로비능력으로 평가받은 경우가 더 많다는 게 정설이다. "업무능력도 있어야겠지만 관료 후배들에게 전화 한 통화 해서 막힌 것을 뚫는 것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금감원 최고위직 출신은 '발이 넓은' 사람이면 2억~3억원이 더 붙는다"고 했다.

"고위 공직자들이 국민의 세금으로 쌓은 경력을 활용해 끼리끼리 손쉽게 거액을 번다"는 비판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특히 전체 공무원에 대한 사정(司正)을 총괄하게 될 정 후보자는 이런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