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북한 김정일이 161회의 공개활동을 벌인 것으로 집계됐다고 통일부가 4일 밝혔다. 2009년엔 159회, 뇌졸중으로 쓰러졌던 2008년엔 97회였다.

분야별로는 공장·기업소 방문 등 경제 부문 시찰이 63회로 가장 많았고 군부대 시찰 등 군사 부문 현지지도가 두 번째(38회)로 많았다. 이 밖에 공연 관람 28회, 방중(訪中) 등 대외 활동 12회, 대학 방문과 정치행사 참석 등 기타 활동이 20회였다.

통일부 관계자는 김정일의 활발한 공개활동 이유에 대해 "김정일 자신이 건재하다는 것을 과시함으로써 내부 결속을 다지는 한편, 북한이 공언한 2012년 강성대국 건설을 앞두고 인민생활 향상에 매진하고 있다는 것을 대내외에 알리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44년 만에 열린 노동당 대표자회와 후계자 김정은 공개, 당 창건 65주년, 중국의 6·25전쟁 참전 60주년 등 작년엔 초대형 이벤트가 유난히 많았다"며 "그 영향으로 김정일의 공개활동이 자연히 증가한 측면도 있다"고 했다.

작년 김정일을 가장 많이 수행한 인물은 매제인 장성택 국방위 부위원장으로 총 114회였다. 장성택의 부인이자 김정일의 유일한 동복(同腹) 혈육인 동생 김경희 당 경공업부장이 111회로 2위였다. 김기남 노동당 선전 비서(89회), 태종수 노동당 총무부장(59회), 최태복 노동당 교육 비서(55회) 등이 그 뒤를 이었다.

2009년엔 김기남(108회), 장성택(86회), 박남기 전 계획재정부장(78회), 현철해 국방위 국장(57회), 리명수 국방위 국장(48회)의 순이었다. 김경희는 16회를 수행해 10위 안에도 들지 못했다.

대북 단파라디오 열린북한방송의 하태경 대표는 "김정일은 뇌졸중으로 쓰러진 뒤 감정의 기복이 심해져 기분을 달래줄 사람이 가족밖에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며 "김정은으로의 험난한 권력 세습 과정에서 적어도 가족은 배신하지 않을 거란 믿음이 점점 커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정일이 현지지도 중 급사하거나 의식 불명에 빠질 경우 '유훈 조작' 논란을 막기 위해 김경희·장성택을 항상 곁에 둔다는 분석도 있다. 김정은은 아직 20대이기 때문에 김정일에게 갑자기 변고가 생기면 '유훈 통치'가 불가피하다. 이때 측근들 사이에서 말이 엇갈리면 극심한 혼란이 예상된다. 대북 소식통은 "가족 2명이 유훈을 들었다면 조작 논란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했다.

한편 김정일의 후계자인 3남 김정은도 작년 9월 28일 제3차 당대표자회를 통해 후계자로 공식화된 이후 총 38회의 공개활동에 나선 것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김정일을 수행한 것은 33회였다.

통일부 관계자는 "김정은의 공개활동은 북한의 선군(先軍)정치 계승과 차세대 지도자로서의 이미지를 부각하기 위한 차원"이라며 "새해 북한 주민들은 김정은을 더 자주 보게 될 것"이라고 했다.

["김정일도 한땐 볼 붉은 소년… 사람의 마음 남아있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