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는 28일 '공익을 해칠 목적으로 전기통신설비를 이용해 공공연히 허위의 통신을 하면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한다'고 규정한 전기통신법 조항을 위헌이라고 결정했다. 그동안 이 조항은 인터넷 홈페이지나 댓글,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통해 유언비어를 퍼뜨리는 행위를 처벌하는 유일한 법적 근거가 돼 왔다. 2008년 광우병 촛불시위 때 '경찰이 여대생을 목 졸라 죽인 뒤 시신을 승합차에 싣고 갔다'든지, '전·의경이 시위 참가 여성을 성폭행하고 무차별 폭력을 휘둘렀다'는 유언비어를 퍼뜨린 사람들이 1심이나 2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것도 이 조항에 근거한 것이었다.

우리 사회는 무슨 일만 터지면 인터넷 유언비어가 판을 쳐 홍역을 치러 왔다. 광우병 사태 때는 '소를 이용해 만든 생리대나 기저귀만 사용해도 광우병에 걸린다'는 등의 유언비어가 촛불시위에 기름을 부었다. 천안함이 폭침됐을 때는 '미군 핵잠수함에 부딪혀 천안함이 격침됐다'와 같은 유언비어가 정부 조사결과에 대한 불신과 사회 갈등을 부추겼다. 연평도 피격 때는 누군가가 국방부를 사칭해 '예비군 징집령이 내려졌다'는 유언비어를 퍼뜨려 이를 확인하려는 전화로 국방부 민원실이 마비될 정도였다. 유언비어에 시달리다 자살한 연예인도 여러 명이다.

인터넷이나 트위터 같은 매체는 자기를 표현하는 새로운 소통의 도구지만, 신문·방송과 같은 전통적인 언론 매체와는 달리 부정확한 정보나 사회에 해악을 끼치는 주장을 스스로 걸러내지를 못한다. 실명을 쓰지 않는 경우가 많아 무책임한 주장, 인신공격성 주장을 마음대로 쏟아낼 수 있다. 인터넷 유언비어를 규제할 필요성은 여기에 있다.

이번에 헌법재판소는 "전기통신법 조항에서 말하는 '공익'의 의미가 너무 애매하다"면서 "헌법의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형벌 조항은 엄격한 명확성 원칙이 적용돼야 한다"고 했다. 헌재는 그러나 "허위 사실에 대해서도 표현의 자유를 인정해야 하지만, (국가안전보장, 공공복리 등을 위한 기본권 제한 규정인) 헌법 37조2항에 따른 제한은 가능하다"면서 인터넷상 표현의 자유가 무제한 허용되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정부와 국회는 헌법재판소 결정 취지에 맞춰 최대한 서둘러 인터넷·트위터 등 새로운 미디어 도구를 통한 유언비어를 규제할 법적(法的)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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